지난해 7월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한국 콘텐츠 수입이 어려워진 중국 업체와 방송사들이 한한령(중국 내 한류금지령)을 빌미로 한국 프로그램을 표절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성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방송통신위원회 및 방송 프로그램 제작사로부터 제출받은‘방송포맷 표절 관련 국내 피해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KBS 5개, MBC 2개, SBS 9개, JTBC 4개, tvN 6개, MNET 3개 등 29개의 프로그램이 중국 방송사에 의해 표절 피해를 입었다.
이는 4년 전 중국의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에서 위성방송국의 방송 포맷 수입을 제한하며 가속화됐다. 중국 내 한국 방송 프로그램 인기가 치솟는 상황에서 포맷 수입 제한조치가 내려져 수요를 충족할 수 없게 되자, 정식 판권 수입이 아닌 포맷을 표절하는 방식으로 제작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표절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단순히 프로그램 구성의 일부를 따라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 제목부터 무대 구성, 내용 등 포맷 전반을 그대로 베끼는 수준으로 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tvN의 ‘윤식당’ 등장인물인 정유미의 패션마저 그대로 가져간 후난위성 TV의 ‘중찬팅’은 방영 첫 회부터 동시간대 시청률과 화제성을 잡으며 큰 인기를 끄는 등 올해 8월 둘째 주 중국 예능 시청률 TOP10의 대다수 순위에 올랐다.
김 의원은 지난해 방통위 국정감사에서 한국 방송 프로그램 표절에 대한 실태조사를 촉구하고, 문체부·저작권위원회와 협력해 중국과의 공동제작·포맷 수출 등 해외진출 지원 및 국내 콘텐츠 제작기반 확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방통위는 올해 5월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한류방송콘텐츠의 국제 포맷 분쟁 사례’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뒤늦게 실태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통위의 대응이 지연되는 동안 중국의 무분별한 표절은 확산됐고, 그로 인한 피해액 또한 불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김 의원은 “중국 내 제작사 중심으로 표절이 이뤄지고 있어 국내 방송사 및 제작사 측에서 대응하기 쉽지 않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정부는 늑장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한국 제작사 및 방송사들의 지적재산권, 상표권, 저작권 침해 등에 대해 여러 경로를 통해 중국 측에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체부는 저작권, 방통위는 규제·방송기반 확충 등으로 관련업무가 분산되어 있어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 라며 “부처 간의 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실질적인 대책 및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