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관광지인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약 50년 만에 현지 최대 화산이 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8만 여 명의 주민이 대피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발리 재난당국은 관광비자 연장 방안 등을 검토하는 등 긴급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 자카르타포스트 등 외신의 27일 보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발리 섬에서 가장 높은 산인 아궁 화산의 분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피한 주민만 8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힌두교 신자가 대부분인 피난민들은 "아궁산이 화가 났다"며 안전을 기원하는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현재 400여 개 임시대피소에 분산 수용된 상태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 관광객들은 일정보다 서둘러 귀국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관광객들의 안전을 위해 관광비자 기한을 늘리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약 500만 명이 발리를 찾을 정도로 많은 관광객이 오는 만큼 피해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또 화산 분화로 인한 공항 폐쇄 상황을 고려해 전국 10개 공항을 이용한 우회 노선 마련 계획도 검토중이다. 27일 현재 발리 공항은 정상 운영되고 있다.
아궁 화산은 높이 3142m의 대형 화산으로, 화산이 위치한 발리주 카랑아셈 리젠시에는 인구 40만 80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 가운데 분화구 주변 위험 지대에 사는 주민은 약 6만∼8만 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아궁 화산이 마지막으로 분화했던 1963년 당시 주민 1100명이 사망하는 등 수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앞서 인도네시아 재난당국은 22일 밤 아궁 화산의 경보단계를 전체 4단계 중 가장 높은 단계인 '위험'으로 상향 조정했다.
한편 멕시코에서 규모 7.1의 강진이 발생한 지 닷새 만에 아궁 화산의 분화 움직임이 확대됐다는 점에서 이른바 '불의 고리' 내 연쇄 지진과 관련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명 '불의 고리'로 통하는 환태평양지진대는 일본·동남아·뉴질랜드 등 태평양 연안지역을 잇는 고리 모양의 지진·화산대를 일컫는다. 전 세계 지진의 90%가, 폭발할 가능성이 있는 화산의 75%가 이곳에 집중돼 있어 세계에서 가장 크고 활동적인 지진대로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