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보수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사상 처음으로 여성 운전을 허용했다. 사우디 외무부장관은 26일(이하 현지시간)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는 칙령이 내려졌다고 밝혔다고 CNN 등 외신은 이날 전했다.
실행 방안을 만들 위원회가 30일 이내에 구성되고, 여성에게도 운전면허증을 발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교통법규가 내년 6월 24일까지 시행될 예정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BBC는 소셜미디어에서는 '#사우디 여성도 운전할 수 있다(#Saudi women can drive)'는 해시태그 등이 올라오면서 사우디를 비롯해 세계 곳곳의 여성들이 기쁨을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11년 5월 운전을 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9일 간 수감됐던 마날 알 샤리프는 트위터를 "사우디는 결코 그 이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며 "비는 한 방울에서 시작된다"라는 소감을 올렸다.
CNN은 "이번 조처는 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가능성을 키운 점에서도 사우디의 경제에 큰 의미를 가진다"면서 모하메드 빈 살만 왕자의 부상과 함께 사우디에서 확산되는 개혁의 움직임 중 하나다"라고 지적했다.
이른바 'MBS'로도 불리는 모하마드 빈 살만 왕자는 2030년까지 사우디의 경제를 구조를 개혁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으며, 이 중 하나로 여성의 노동인력 확대를 꼽고 있다.
사우디 미국 대사인 칼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이날 기자와 가진 간담회에서 "사우디에 있어 역사적인 날이다"라면서 "이번 조치는 비전 2030이라는 더 나은 미래를 향해가는 거대한 한 걸음이다"라고 강조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여성들의 노동 참여를 높이기 위해, 여성들이 일터까지 운전해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면서 "(사우디를 위해) 여성들은 앞으로 나아가고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슬람 수니파의 종주국인 사우디는 그동안 여성의 인권 최하위 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몇년간 사우디의 변화의 움직임은 거세다. 지난 2015년에 여성의 선거·피선거권을 허용한 데 이어 지난 5월에는 여성이 남편이나 아버지 등 남성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고 공공서비스를 이용도록 할 수 있는 목록을 작성하라는 칙령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23일에는 사상 최초로 건국기념일 축제행사장에 여성 출입이 허용하기도 하면서 사우디 여성들의 '외부 활동'의 폭을 점차적으로 넓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