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센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가 올 연말 진행 예정인 ‘말레이시아–싱가포르’간 고속철 사업(말-싱 사업) 입찰과 관련, 중국측의 수준 높은 입찰 제안서를 기대한다고 19일 중국 신화망(新華網)이 보도했다.
리총리는 지난 16일 신화망과의 공식 인터뷰에서 “과거 중국을 방문했을 때 고속철도를 2차례 탑승한 경험이 있는데 매우 편안했고 안정적이였다”며 “중국의 고속철도 관련 경험은 매우 풍부하고 기술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12월 국제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인 말-싱 사업은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싱가포르까지 이어지는 350㎞ 구간을 건설하는 사업으로 총 사업비는 약 150억 달러(약 17조 원)에 달한다.
총 350㎞ 구간 중 말레이시아는 335㎞, 싱가포르는 15㎞로 나눠져 있다. 총 8개의 역사가 구성되며 말레이시아에 7개 역, 싱가포르에 1개 역이 설치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고속철도가 개통되면 기존 소요시간인 6시간에서 1시간 30분으로 대폭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사업은 올해 12월 말레이시아 고속철도공단과 싱가포르 육상교통청이 공동발주를 진행해 국제입찰을 시작할 계획이다. 당초 독일, 프랑스 등 유럽국가에서 입찰참여에 상당히 적극적이었지만, 현재는 한·중·일 동아시아 3파전으로 압축된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철도시설공단·현대로템·LS산전 등이 컨소시엄을 이뤘고 ‘12년 무사고’라는 안전성을 앞세워 중국, 일본 기업과 치열한 입찰 경쟁에 나설 예정이다. 중국은 자국 고속철 건설 경험과 가격경쟁력을, 일본은 '세계 최초 고속철'이라는 타이틀과 강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구애 작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우리나라 철도시설공단은 토목과 역사분야(InfraCo), 궤도, 시스템, 차량분야(AssetsCo)로 분리 발주되는 말-싱 사업에서 토목분야인 토목 설계용역(RDC)에서 4공구 낙찰자로 선정된 바 있다. 공단은 한국사업단을 구성해 입찰에 대응해 왔으며 현재 연말에 있을 차량분야(AssetsCo) 사업 낙찰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여러 정황상 다소 우위를 점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으로 추측된다. 현재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는 리커창 중국 총리의 초청을 받아 19일~21일 2박3일 일정으로 중국을 공식 방문 중이다. 19일 회담자리에서 리커창 총리는 “중국 고속철도는 뛰어난 가격경쟁력뿐 아니라 기술력과 안전성도 이미 입증됐다”며 중국 고속철도 업체가 말-싱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지를 호소했다.
한편 업계 관계자는 “말레이시아는 자금력이 있는 중국을 선호하고 싱가포르는 기술력이 있는 일본을 신뢰하는 상황”이라며, “후발주자인 한국이 경쟁 낙찰에서 승리하려면 안전성을 바탕으로 중국보다 뛰어난 기술력을 증명하고 다양하고 세밀한 전략을 수립해 일본을 넘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