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13일(현지시간) 모든 연방 기관에서 러시아 사이버보안 회사인 AO카스퍼스키랩의 제품을 퇴출키로 했다. 러시아 정보기관이 카스퍼스키 소프트웨어를 통해 미국 연방 정부 시스템에 침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카스퍼스키랩과 러시아 외교부는 이 같은 조치에 반발했다.
파이낸셜타임즈(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들은 미국 국토안보부가 이날 모든 연방 기관에 30일 내에 카스퍼스키랩의 컴퓨터 백신 프로그램인 카스퍼스키의 사용 여부를 확인하고 60일 안에 제거 계획을 수립하고 90일 내에 제거를 완료하도록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미 국토안보부는 카스퍼스키랩에 국토안보부의 우려에 관해 서면으로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키로 했다.
카스퍼스키랩은 미 국토안보부의 이 같은 조치를 “근거 없는 것”이라면서 반발했다. FT에 따르면 카스퍼스키랩은 “세계 그 어떤 정부의 사이버 범죄행위를 도와준 적도, 도와줄 생각도 없다”면서 “지정학적 이슈 때문에 근거도 없이 민간 기업을 죄가 있는 것처럼 매도할 수 있다는 게 당혹스럽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러시아 외교부도 나섰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정한 경쟁의 원칙을 언급하면서 이번 조치가 공정한 경쟁을 침해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WSJ은 이번 조치를 러시아의 작년 미국 대선개입에 따른 여파로 풀이하면서 러시아 업체 중에서는 드물게 국제적 기업 고객을 다수 보유한 카스퍼스키랩에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국토안보부 발표 후 미국의 대표적인 소매업체인 베스트바이도 카스퍼스키랩의 소프트웨어를 더 이상 판매하지 않기로 발표했다고 ABC뉴스는 보도했다. 아마존과, 스테이플스, 오피스디포 등은 향후 방침에 대해 언급을 삼갔으나 판매 중단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 미국국가보국(NSA) 관리인 데이브 에이텔은 “미국 은행들도 카스퍼스키 소프트웨어 퇴출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고 FT에 말했다.
카스퍼스키랩은 최근 미국 정부와의 계약을 따내고 마케팅을 통해 사이버안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던 중이었다. 자료조사업체 스테티스타는 카스퍼스키랩의 컴퓨터백신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5.5% 정도라고 전했다. 지난해 카스퍼스키랩의 매출은 6억4400만 달러이며 전 세계적으로 4억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그 중 27만은 기업 고객이라고 FT는 집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