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12일 경제개혁연대와 한화 소액주주 2명이 김승연 회장과 한화 전·현직 임원 등 8명을 상대로 낸 주주대표소송 상고심에서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며 원고 패소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회사가 주식매매 당시 정당한 절차를 거쳤으므로 김 회장 등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판단이다.
경제개혁연대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이끌었던 시민단체로, 이 소송은 김 위원장이 취임하기 전 주도했다.
한화는 지난 2005년 6월 이사회에서 정보통신 분야 계열사인 한화S&C의 주식 40만주를 김 회장의 장남인 동관씨에게 매각하기로 결의했다. 매각가는 1주당 5100원으로 책정, 총 20억4000만원이었다.
이에 2010년 5월 경제개혁연대와 소액주주들은 "당시 한화S&C 주식은 1주당 16만488원"이라며 김 회장 등 경영진에게 손해액 894억원을 배상하라고 주주대표소송을 청구했다. 주주대표소송은 경영진이 회사에 손실을 끼쳤을 때 소액주주 등이 손실 보전을 청구하는 제도다.
이들은 "당시 한화가 보유한 한화S&C 주식 40만주를 전부 매각할 정도로 경영상 급박한 사정이 없었고, 해당 주식 처분 가격이 20억원 정도로 재무구조 개선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었다"고 주장했다.
1심에서는 원고들이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김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계열사 지분을 장남에게 저가에 매각하도록 지시했고, 매각을 통해 한화에 손실이 발생했다"며 "김 회장은 한화에 89억6680만원을 배상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원고 측이 주장한 김 회장의 회사기회 유용, 자기거래 금지 등 상법상 의무 위반은 인정하지 않았다.
원고 측이 이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2심에서는 "주식 매각 과정이나 결과 자체가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1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정했다.
2심 재판부는 "원고들이 이 사건 주식의 적정가액이라고 주장한 각 주식 가치평가결과는 모두 사후적 판단에 불과하거나 객관적으로 타당한 평가액이라고 할 수 없다"면서 "현저하게 낮은 가격으로 주식이 매매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당시 이사들이 모두 주식매매에 찬성했고, 김 회장이 허위 정보를 제공했거나 이사들을 기만해 매각 결의를 한 것이 아니다"라며 거래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한편 이 주식매매 사건을 놓고 지난 2011년 검찰이 김 회장 등을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하기도 했지만, 법원에서는 최종 무죄를 선고했다.
이와 관련, 경제개혁연대는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분명한데도 법원이 이 같은 거래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유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