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무게를 싣는 발언을 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한미FTA 폐기' 입장에서 한발 물러난 것으로 '폐기' 발언이 개정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엄포일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었다.
특히 미국이 한미FTA 폐기 통보를 해도, 실제 종료까지의 180일간 협의를 통해 개정협상을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분석이다.
라이트하이저 대표의 '개정협상' 언급은 지난 2일 "한미FTA 폐기여부를 다음 주부터 논의하겠다"던 트럼프 대통령의 폭탄 발언에서 한단계 순화된 것이다.
이는 북한이 제6차 핵실험을 강행한 뒤 한미 동맹의 결속을 해치는 FTA 폐기에 반대한다는 미국내 여론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미 의회내 무역협정의 소관 위원회인 상원 재무위와 하원 세입위 소속 여야 의원 4명은 이날 성명을 내고 "북한의 핵실험에 따라 강력한 한미동맹의 필수적 중요성이 강조됐다"며 한미FTA 폐기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두 대통령 아래에서 협상이 이뤄지고, 의회가 승인한 한미FTA는 한미동맹의 핵심 요소"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이 협정에서 철수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한미FTA 폐기통보가 와도 실제 종료까지의 기간은 짧지 않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협의를 통한 폐기철회가 충분히 가능하다. 폐기는 개정협상을 위한 공수표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만약 미국이 한미FTA 폐기절차에 돌입한다면 한국측에 종료 의사를 서면으로 통보해야 하고, 이후 180일간 한국이 문제제기를 하지 않으면 자동폐기된다.
한 통상전문가는 "한미FTA 협정문에는 '일방의 폐기 서면 통보후, 180일 뒤 종료'라고 명시돼 있다"며 "이 기간 중 양국협의가 이뤄지면 폐기통보는 철회가 가능하다. 일단 폐기라는 강수를 던지고, 사실상 개정협상에 우위를 점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도 "서면 통보가 와도 180일의 시간 동안 양국 협의가 이뤄지면 폐기 통보를 철회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차분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며 "우선은 실제 개정이 필요한지, 한미FTA의 경제적 효과를 먼저 분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