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후 열린 첫 정기국회가 파행으로 문을 열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에 반발하며 의사일정을 보이콧하고 장외투쟁을 택했다. 또 다른 보수야당인 바른정당이 의사일정에 참여키로 하면서 당장 예정된 수순의 정기국회는 진행이 됐다. 그러나 안보 위기와 방송법 개정 등 현안을 둘러싼 여야 충돌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본회의에 앞서 한국당은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정기국회 보이콧 등 추후 투쟁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한국당은 북한 핵실험과 관련한 정보위, 국방위, 외교통일위 등 안보 관련 상임위만 참여키로 한 상태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언론장악의 발톱을 드러내고 언론 본연의 기능인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말살해가는 정부를 규탄하기 위해 (정기국회를) 보이콧했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오만과 독선에 대한 저희들의 분명한 제동과, (문재인 정부에) 각성을 촉구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한국당은 이후 본회의장 앞에서 '국민 지킬 북핵대책 즉각 강구하라', '대북 구걸 중단하고 안보태세 확립하라' 등의 문구가 쓰인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항의시위에 나섰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본회의장에 들어가면서 자신의 휴대폰으로 이를 촬영하자,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꺼져!", "뭐하는 거야, 찍지 마" 등의 고성이 터져나왔다. 한국당을 탈당한 전력이 있는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이 이를 보고 "안보위기에 보수정당이 뭐하는 거냐"고 지적하자, 곧바로 "싸가지 없는 XX" 등의 막말이 나왔다. 하 의원이 "이렇게 하면 보수정당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맞서자, 정진석 한국당 의원은 "어디서 보수를 입에 올리나"라고 고함을 쳤다.
한국당은 이후 다 함께 버스를 타고 대검찰청 항의방문에 나섰으며 이밖에도 방송통신위원회, 청와대, 고용노동부 등을 방문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 이후를 돌아보는 대국민 보고대회도 갖기로 하면서, 전격 장외투쟁으로 노선을 정했다.
반면 강훈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자유한국당은 ‘김장겸 구하기’가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빚어진 엄중한 안보상황을 외면할 정도로 중대한 사안인지 답해야 한다"면서 "국익과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공당으로서 국회 차원의 대북 규탄결의안에 불참한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이날 당 회의에서 "보수정당이라는 한국당은 안보위기가 극에 치달은 지금도 정기국회 보이콧을 외치고, 집권 여당이라는 민주당은 이 와중에 한국당과 싸움에 매달린다"면서 "한심함을 넘어 참담함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한국당과 마찬가지로 김 사장에 대한 영장 발부를 비판하던 바른정당은, 이날 의원총회 이후 의사일정에는 참여키로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앞으로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반대하고 있는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은, 국민의당에서 연기 요청에 나서며 또 다시 불발됐다. 지난 5월 19일에 지명된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6월 8일)를 마친 지도 만 세 달이 되어간다.
게다가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자, 바른정당 의원들이 일제히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는 등 향후 정부의 대북정책을 둘러싼 여야 신경전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