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필리핀 도로, 차량공유 경쟁 치열… "벌금 41억 낸 우버, 새 업체들 눈독"

2017-09-0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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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필리핀에서 우버가 영업정지를 받으면서 소비자들은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대중교통이 잘 갖춰지지 않은데다 택시는 바가지를 씌우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우버는 막대한 벌금을 내고 영업정지에서 풀려났다. 교통체증이 심한 필리핀에서 차량 공유 서비스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업체 간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우버는 필리핀 당국에 1억9000만페소(약 41억원)의 벌금을 납부했다. 지난달 말 우버는 도이치뱅크에 1억9000만페소를 수표로 납부하면서 지난 14일에 내려진 한달간 영업정지도 풀렸다.

필리핀 육상교통가맹규제위원회(LTFRB)는 우버가 영업 허가를 받지 않은 차량을 규제하라는 명령을 무시하고 영업을 성행했다며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필리핀 내 우버 영업차량은 6만6000대, 그랩은 5만2000대지만 LTFRB에 정식 등록된 영업차량은 두 회사를 합쳐도 5000~6000대에 불과하다.

LTFRB는 우버와 그랩이 초기 행정명령을 이행하지 않는다고 500만 페소 벌금을 부과했었다. 또한 신규 운전자 등록을 중단할 것을 명령했다. 그랩은 LTFRB 규제를 받아들었지만 우버는 행정명령에 대해 항소했다. 필리핀 재판부는 우버의 항소를 기각하면서 영업이 전면 중단된 것이다.

필리핀은 차량공유 서비스를 빠르게 도입했다. 지난 2015년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차량공유서비스 관련 법을 승인하고 우버와 그랩이 영업을 실시했다. 이 때문에 2년간 자동차 판매량도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자동차 판매량은 매년 17% 넘게 늘어났다. 향후 6개월간 구매 여력을 가늠한 FTCR 자동차구매지수에서 필리핀이 아세안 5개국 중 2번째로 높다. FTCR 자동차 구매지수 1위는 태국이다.
 

[필리핀 자동차 판매량 추이 자료:FT]



인구 1200만명이 밀집한 마닐라에서 차량공유 서비스를 없앤다면 수요를 맞추기 위한 교통수단이 충분히 갖춰져야 한다. 교통수단 시설 뿐만 아니라 서비스의 질도 개선이 시급하다. 필리핀에서 택시는 요금을 과도하게 청구하다보니 신뢰가 크게 떨어져있다. 전철은 라인3이 유독 혼잡해 통근자들이 이용하길 꺼리고 있다. 정부의 보수 계획도 불확실하다.

마닐라에서 차량 공유 서비스를 대체할만한 교통수단으로는 압도적인 수세로 지프니가 꼽혔다. 지프니는 수십년간 필리핀에서만 운행되는 교통수단이다. 지프를 개조한 차로 최대 15명까지 탑승 가능하다. 정류장이 따로 있지 않고 행선지는 차 앞에 써 있다.

구매력이 강해진 필리핀 시민들은 마닐라 도로 정체를 피하기 위해 프리미엄 비용을 지불할 것이라고 FT는 내다봤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이 현 정권의 인프라 정책 지연에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철도는 분리된 기관에서 관리되고 있지만 마닐라 도로는 LTFRB에 의해 규제되고 있다.

LTFRB는 공유 차량을 일반적인 택시와 같은 시각으로 보고 있다. 공급과 수요에 입각해 공유 차량 수와 요금을 규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또한 공유 차량이 마닐라 도로 정체를 더욱 악화시킨다고 우려하고 있다. 시민들의 반발에도 영업차량 수에 대한 규제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필리핀 마닐라 판자촌  사진: AP연합]



우버와 그랩에 대한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업체 간 경쟁도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우버가 영업정지를 받은 이틀 후 미국의 스타트업체 아케이드시티가 새로 출시됐다. 필리핀 회사 U-Hop도 활발히 영업하고 있다. 새 업체들은 손님을 끌어모이기 위해 서비스를 개선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택시 업계도 마찬가지다. 택시 회사들은 모바일 앱을 출시하고 가이드북을 설명해주며 고객 모시기에 한창이다. LTFRB는 택시들이 과도하게 요금을 요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택시 기본 요금을 올리는 법안도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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