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발언에 이어 북한발 리스크라는 돌발변수가 연이어 터지며 올해 3% 성장률 달성이 어려울 전망이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등으로 하반기 수출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14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 침체, 물가인상 등 내수마저 경고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또 경기회복이나 성장국면에서 겪는 일시적인 경기 후퇴인 ‘소프트패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대내외 리스크에 경제 침체 우려··· 올해 3% 성장 어려울 듯
각종 대내외 악재가 한국 경제를 조여오고 있다. 특히 북한발 리스크는 과거와 달리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 강화와 추가경정예산 확정에 따른 경기촉진 요인보다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와 사드 갈등에 따른 부작용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2.8%로 전망했지만, 북핵 리스크 등 여건 변화를 보면 경제를 위축시킬 만한 변화가 높다고 진단한다.
이미 외국인 투자자를 비롯한 국내외 기업은 높아지는 북한 리스크에 불안해하며 벌써부터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전례 없이 강한 압력을 가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4일 코스피는 40포인트 급락한 2316.89에서 출발하는 등 변동폭이 커지고 있다.
수출도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폐기를 준비할 것을 시사하며 무역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경제연구원과 산업연구원은 한·미 FTA가 폐기될 경우 향후 5년간 한국의 대미(對美) 수출손실액이 약 30조원에 달하고, 국내 일자리 24만개가 사라질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높은 가계부채 부담과 부동산 규제에 따른 내수시장 침체도 한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용과 소비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답보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가계부채 1400조원에 육박했고, 8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7개월 만에 후퇴하며 경기회복세는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한국경제에 이상징후가 발생하면 비상 계획에 따라 신속·단호하게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지만,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 "대내외 위험 적극 관리해야"
전문가들은 대내외적으로 산재한 대형 악재가 한국경제를 발목 잡을 수 있어 위험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반적으로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와 함께 한·미 FTA가 철회될 경우, 트럼프 재임 기간에 대미 수출 감소에 이어 고용 감소로 연결될 수 있다"고 운을 뗐다.
정 연구위원은 "최근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북한 핵실험 등이 발생하다 보니 실물이나 내수, 투자, 소비심리 위축을 비롯해 외국인투자자들의 자금유출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특히 "장기적으로 보면 기업투자와 수익이 줄며 고용창출까지 감소하는 악순환이 생길 것"이라며 "단순히 심리적 악화뿐 아니라 경제 전반에 성장 걸림돌이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중에 고용부문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통상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내 실물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면서도 "최근 상황은 실제 위협으로 번질 수 있는 정도로 확대됐고, 강도가 높아져 실물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드 보복과 한·미 FTA 철회는 중국과 미국이 자기 중심적인 경제체제로 전환하겠다는 의미여서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당장 정부가 나서 지정학적 위험을 경제적으로 풀 수는 없지만, 실제적인 위험으로 번지지 않도록 필요시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의 조치와 선제적인 경제안정화 조치는 가능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