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서 정부군과 소수민족 로힝야족 반군과의 갈등이 유혈사태로 번지고 구호단체의 현지 식량지원까지 중단되면서 인도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를 피해 로힝야족 난민들은 목숨을 건 국경 탈출을 감행하고 있다.
가디언과 AFP 등 외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미얀마군과 반군의 충돌이 시작된 이후 일주일 사이 로힝야족 6만 명이 학살을 피해 방글라데시로 이동했다고 UN은 집계했다. 방글라데시 당국은 그 수가 7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전히 미얀마군과 반군이 격전을 벌이는 가운데 일주일 사이 사망자는 400명을 넘어섰으며 배를 타고 국경을 건너다가 물에 빠져 사망한 이들도 아이를 포함해 수십 명에 이르렀다.
불교 국가인 미얀마에서 이슬람을 믿는 100만 로힝야족에 대한 박해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미얀마 정부는 로힝야족을 불법 이민자로 간주해 시민권을 주지 않으며 지금까지 강제수용소로 이송한 민간인도 수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이 환대받지 못하는 것은 방글라데시에서도 마찬가지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몰려드는 로힝야족 대부분을 난민 수용소에 가둬 방치하고 있다.
지금까지 유엔을 비롯한 각종 인권단체는 미얀마군이 로힝야족을 몰아낼 목적으로 로힝야족 민간인을 학살하고 성폭행과 고문을 일삼는다면서 수차례나 ‘인종청소’ 의혹을 지적했다. 지난 2월한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UNOHCHR)은 미얀마 군이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면 로힝야족 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는 이런 주장을 한결 같이 부인했고 유엔의 국제조사단 활동도 불허하고 있다. 유혈사태가 벌어진 뒤에는 현지 활동의 위험이 너무 커서 유엔세계식량계획의 식료품 지원도 끊긴 상황이라 인도적 위기에 대한 우려도 한층 커졌다. 로힝야족 약 12만 명이 식료품 지원해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미얀마 정부 실권자인 노벨 평화상 수상자 아웅산 수지 국가자문역이 소수민족에 대한 잔혹행위를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동남아 최대 무슬림 보유국인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서는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수백 명의 로힝야족 난민과 무슬림이 모여 미얀마군의학살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