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대형유통기업에 대한 규제정책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유통기업과 지역상인 간 갈등의 골이 점차 깊어지고 있다. 복합쇼핑몰을 내겠다는 유통대기업과 상권 피해를 우려하는 지역상인간 대립양상이 전국단위로 확산될 조짐이어서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천 지역에 설립하려 했던 복합쇼핑몰 사업이 무산되면서 신세계는 2년 만에 골목상권과의 타협에 실패했다.
신세계의 부천 사례와 같은 복합쇼핑몰과 골목상권 간 불협 화음은 최근 여러 곳에서 포착된다.
부산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는 지난달 31일 부산지법에 이마트타운 연산점 영업등록 허가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 소송을 냈다.
이마트타운 연산점은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매장 트레이더스, 가전용품, 식음료 코너 등을 갖춘 복합 매장으로 들어설 예정이다. 이에 주변 상인들이 기존 상권에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며 법적인 소송까지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롯데 역시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 인근 쇼핑몰 건립과 관련해 4년째 씨름 중이다. 서울시가 2013년 4월에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인근 부지 2만644㎡를 판매·상업시설 용도로 매각해놓고도 쇼핑몰 건립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어서다.
지역 상인들의 반발이 끊이지 않자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입점을 포기했는데도, 서울시는 지역 상권 보호를 위해 지하층을 3개로 분리하라는 등 조건을 추가했다. 결국 롯데쇼핑은 서울시를 상대로 '서울시 도시계획 심의 미이행에 따른 부작위 위법 확인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하기 이르렀다.
한편, 복합쇼핑몰과 지역 상인 간 갈등 국면은 문재인 정부가 내건 유통정책 간 충돌양상을 띈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한 면을 담고 있다.
현재 유통대기업들은 복합쇼핑몰 건립 명분 중 하나로 지역 경제 활성화, 특히 일자리 창출을 앞세운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내건 '일자리 늘리기 정책'과 맞아떨어지는 행보다.
그러나 지역 상인들로서는 복합쇼핑몰 설립 반대의 명분으로 '골목상권 보호'를 주장한다. 이 역시 문 정부가 내세언 지역 소상공인 보호 정책과 일맥상통한다.
부천삼산동 신세계복합쇼핑몰 입점저지 인천대책위원회는 "신세계의 입점 포기는 경제 민주화의 시작"이라면서 "이번 사례가 좋은 선례가 돼 롯데, 현대 등 다른 대기업들에게도 전파되길 바란다"고 입장을 표명하며 지역 상권 보호 쪽으로 판세 굳히기에 돌입했다.
반면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 유통업계가 들어서면 주변 지역 상권도 활성화된다는 선례가 있고, 최근에는 주변과의 상생에 초점을 맞춰 매장을 구성한다"면서 "그럼에도 단순히 대기업의 부정적 이미지에만 초점을 맞춰 '윈윈'이 불가능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