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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공정위가 발표한 '공시대상 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 명단에 따르면, 네이버를 준대기업집단으로 신규 분류, 이 창업자를 총수로 지정했다. 준대기업집단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 10조원 미만 기업으로, 네이버의 자산총액은 6조6140억원으로 이에 속한다. 네이버의 계열사 수도 71개로 50개를 훌쩍 뛰어 넘는다.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기업은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 총수일가 사익 편취 규제의 의무가 적용된다. 즉 준대기업집단의 총수로 지목된 자는 기업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본인과 6촌 이내의 친인척의 기업관련 활동을 공시해야 하고, 가족이 소유한 자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여부도 조사받을 수 있다.
이 창업자는 지난달 14일 네이버 임직원들과 함께 공정위에 방문 △이 창업자가 보유한 지분 4% 불과 △‘재벌집단’이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 등을 이유로 네이버를 ‘총수없는 대기업’으로 지정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현재 총수없는 대기업으로 지정된 곳은 KT와 포스코, 에스오일, 한국GM, 대우건설 등 8곳에 불과하다.
이후 이 창업자는 21~22일 이틀에 걸쳐 블록딜을 시도해 네이버 주식 11만주를 주당 74만3990원, 총 818억3890만원에 매각했다. 이에 따라 이 창업자의 네이버 지분은 4.74%에서 4.31%로 줄어든 상태다. 이는 공정위에게 기업 총수가 아닌 전문 경영인 역할에 매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하지만 공정위가 이 창업자를 끝내 총수로 지정하면서 논란이 번지고 있다. 공정위는 이 창업자가 인사권을 행사하고, 중요 의사결정을 하고 있어 네이버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판단했다. 실제 이 창업자는 네이버 이사회 7명 중에서 유일하게 1% 이상 의결권을 가지고 있어 해외 투자자들과 주주들은 이 창업자를 실질적 오너로 여기는 실정이다. 네이버와 성격이 비슷한 카카오는 지난해 4월 김범수 의장이 총수로 지정된 바 있다.
네이버는 정부의 방침에 따르겠다면서도 이 창업자가 가지고 있는 네이버 지분이 4%대에 불과하며, 이사회 이장직을 내려놓았다는 점에서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이 창업자의 가족이나 친족들의 지분 참여는 전혀 없으며 이를 활용한 순환출자도 없어 여타 대기업들의 오너 일가 친척들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경우와는 다르다고 주장하는 것. 실제 유한회사 지음은 이 창업자가 사재를 출연해 2011년 11월에 설립한 100% 개인 회사이며 영풍항공여행사(이 창업자 부친 사촌 아들의 배우자 대표, 지분 100%)와 화음(이 창업자 사촌 대표, 지분 50%) 역시 네이버와 사업적·금전적 연관이 없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창업기업으로 커온 네이버의 규모가 재벌기업에 달했다고 해서 똑같은 폐해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이 창업자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도 제한적이고 의장직을 이미 내려놓은 만큼 제도의 타깃인 재벌기업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 창업자는 네이버의 장기전략으로 해외 시장 개척을 잡고, 네이버 본사의 경영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는것으로 알려졌다"며 "총수 지정에 따라 향후 이 부분에 대한 제약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공정위는 이날 네이버를 포함, 동원·SM·호반건설·넥슨 등 총 5개 기업을 준대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했다. 특히 게임업계에서 최초로 준대기업에 포함된 넥슨의 창업자인 김정주 NXC 대표도 총수로 지정됐다. 김 대표는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뇌물을 준 혐의와 관련해 3심을 남겨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