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31일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 업무보고를 받고, 세 부처에 '저출산 대책'을 공통 과제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세 부처는 지금 우리 앞에 놓여있는 가장 큰 위기이기도 하고, 또 숙제라고도 할 수 있는 저출산 고령화, 일자리 양극화, 사회적 차별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핵심 부처들”이라며 "최저 출산율, 최장 노동시간, 최하위 국민 행복지수라는 오명이 더 이상 대한민국의 수식어가 되지 않도록 세 부처가 합동으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 출생아 수가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18만8000명인데 이 추세면 올해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인 1.03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며 "작년 1.17명보다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출산과 양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고용과 주거 안정, 성 평등 등 근본적인 구조 개혁으로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사회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아동수당을 새롭게 도입하고 의료의 국가 책임성을 강화하는 일,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리고 돌봄 서비스를 확대하는 정책들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장시간 노동을 개선해 부모에게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여유를 주고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한 뒤 "노동시간 단축은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나누는 길이면서 국민 삶의 방식을 바꾸는 길이고, 행복한 삶을 추구할 권리라는 헌법적 가치를 구현하는 일이다. 장시간 노동을 강요했던 법과 제도,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는 노력과 함께 근로감독을 강화하는 노력도 강력하게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출산과 육아 부담으로 인한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도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경력 단절 여성이 새 일을 찾고 재취업할 수 있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새 정부는 국민에게 투자하는 것이 국가의 미래를 위한 길이자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며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 대해서 복지 예산 증가, 성장 예산 감소라는 식으로 평가하는 것은 과거 시대의 낡은 관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출산, 일자리, 격차 해소에 드는 예산은 복지 예산이면서 성장 예산이다. 사회안전망을 확충함과 동시에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려 소비와 경제를 살리는 고용적 성장과 소득 주도 성장의 길이라는 사실을 각 부처가 국민께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성과로 보여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국민의 세금과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으로 예산을 마련한 만큼 꼼꼼하고 세밀하게 정책을 추진하고 한 푼의 세금도 누수되거나 낭비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핵심토의에 앞서 12시10분부터 1시간 15분 동안 다자녀(다둥이) 부모 공무원, 휴직 복귀 공무원 등 20여명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1층 구내식당에서 오찬을 함께 했다.
이날 오찬은 심각해지고 있는 저출산 문제에 대해 사회적 관심도를 높이고, 출산과 양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환기시키는 한편 정부부터 이를 솔선수범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국가행정의 격무를 수행하면서 다자녀를 양육하는 등 일과 가정을 양립해줘서 무엇보다 고맙다. 공무원들이 다자녀를 양육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공무원 인사 제도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찬을 함께 한 공무원들은 그간 일과 가정의 양립 등에서의 애로사항을 토로하고 ‘직장어린이집 확충’ ‘다둥이 교육비 확대’ ‘안식제도 도입’ 등 개선방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