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지난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이른바 '세기의 재판' 1심 선고 공판에 이어 30일로 예정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대해서도 TV 생중계를 불허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대웅)는 28일 "피고인들이 중계방송을 모두 동의하지 않았고, 촬영 허가가 공공의 이익보다 크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불허 사유를 밝혔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 1심 재판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도 23일 "피고인들이 선고 재판의 촬영이나 중계에 대해 모두 부동의한다는 내용의 의견을 재판부에 제출했다"며 "선고 재판의 촬영이나 중계로 실현될 수 있는 공공의 이익과 피고인들이 입게 될 회복하기 어려운 불이익, 손해 등을 비교할 때 중계를 허용하지 않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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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6월 법원행정처가 현직 판사 29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응답자 수 1013명)에서는 '1‧2심 중계를 전부 또는 부분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67.8%로 응답자 10명 가운데 약 7명 정도가 찬성 뜻을 밝힌 바 있다.
양홍석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장(법무법인 이공 변호사)은 "직접 판결문을 읽어 내려가야 하는 판사 입장에서는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며 "이론적으로도 무죄추정의 원칙 위배나 여론재판의 위험성 등이 존재하고 선고 장면이 공개됨으로써 재판부가 테러 등 위험한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 3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이정미 당시 헌법재판관 직무대행의 자택 주소가 공개되는 등 재판관을 향한 위협이 이어지기도 했다.
김주영 명지대 법학과 교수도 "무조건적으로 재판을 생중계하는 게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분명히 반론이 있을 수 있다"며 "기본권과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에 대법원 규칙 개정만으로는 생중계 여부를 쉽게 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판사 출신의 손금주 국민의당 의원은 "규정 자체가 재판부의 재량에 맡기고 있는데, 재판 공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서 재판부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면서 "그 범위 안에서 재판부가 판단할 수 있게 하면 재판부도 부담과 함께 국민들의 생중계를 허용하지 않는 것에 대한 직접적인 불만도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선고에 대해서는 생중계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양홍석 센터장은 "초유의 재판이고, 국민적인 관심이 큰 사건이기 때문에 공공의 이익이 현저히 크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미 재판부의 얼굴도 공개됐고, 박 전 대통령 재판마저 중계하지 않는다면 무슨 재판을 중계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손금주 의원도 "헌법재판소에서 이미 생중계 했는데, 또 하지 않을 이유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