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부동산 대책'의 고강도 규제 핵심인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대면회의 없이 서면심의로 결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된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이하 주정심)'는 서울, 경기 과천, 세종 일대의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오로지 서면으로만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정심은 대책 발표 이틀 전인 지난 7월 31일 서면 회의를 개최했다. 당시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찬성하는 표는 16표였고, 이는 재적 위원 과반수(13명 이상)를 겨우 넘은 수준이었다. 또 7명은 개인 사정으로 의견을 제출하지 못했고 1명은 반대했다. 주정심 심의는 재적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된다.
문제는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TI)의 한도를 40%로 낮추고,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 되는 등 시장에 강력한 파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이었다는 점이다. 지구 지정 자체가 졸속으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위원 구성을 살펴보면 과반수인 13명이 공무원 및 공기업 간부가 당연직이고, 나머지 11명은 대학교수, 연구원장 등의 위촉직이다. 당연직이 모두 찬성할 경우 부결이 불가능한 구조인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법령에서 주정심은 긴급한 사유로 위원이 출석하는 회의를 개최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경우 서면 심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투기과열지구 지정관련 심의개최 여부와 심의내용이 대외에 공개될 경우, 주택시장의 혼란이 야기될 우려가 커 서면심의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국토부 측의 해명에도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투기과열지구 지정 이후 서울 전역의 부동산 시장이 급랭하고 있는데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의 기준도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정심 당연직 의원들이 교육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고용노동부 등 부동산과 연관성이 없는 부처의 차관들이 대거 포함된 점도 논란을 더욱 키우는 요소다.
김현아 의원은 "주정심은 정부 관계자인 당연직 13명이 모두 찬성하면 나머지 위촉직 11명이 반대해도 가결되는 구조"라며 "지난 5년간 총 23차례 열린 회의에서 투기과열지구 안건이 모두 가결됐다. 주정심이 단순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