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인문교류 전문가에게 듣는다②] 싱리쥐 푸단대 교수 “인문교류, 정치적 논리에 인문교류 안 돼”

2017-08-2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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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한·중 수교 25주년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양국의 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양국이 중대 기로에 섰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북핵 문제로 시작된 사드 문제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라는 글로벌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아주차이나는 중국 내 손꼽히는 한국 인문교류 전문가인 뉴린제(牛林杰) 산둥(山東)대 한국학원 원장과 싱리쥐(邢麗菊) 푸단(复旦)대 국제문제연구원 한국연구소 교수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양국 관계에 대한 문제점의 본질을 짚어봤다.

성균중국연구소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성균관대에서 공동 개최한 수교 25주년 기념세미나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두 학자는 한국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만큼 한국의 사정에 밝고, 양국의 입장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류 원장은 산둥성 최초의 한국어 교사, 싱 교수는 한국에서 동양철학 박사 학위를 받은 중국인(한족) 학자 1호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이들은 한·중 관계의 심각성에 공감대를 나타내면서도 뉴 원장은 자체적인 반성과 이를 통한 인문교류의 패러다임, 싱 교수는 한국 정부의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편집자주>

싱리쥐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원 한국연구소 교수[사진=성균중국연구소 제공]

“사드 문제는 반드시 한국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합니다. 풀릴 기미가 안 보이지만 그래도 적극적으로 실마리를 찾아야 됩니다. 정치·안보 이슈에 모든 인문교류가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서는 안 됩니다.”

싱리쥐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원 한국연구소 교수(37·사진)은 “사드 배치가 이미 거의 끝난 상황에서 철수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 “서로 양보를 많이 해야 되고, 양보 없이는 계속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싱 교수는 “양국이 사드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각자 자신의 핵심적인 안보이익만을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뜨거운 감자’인 사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양국 관계의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정치적 문제가 해결돼야만 인문 교류 및 협력 기제가 재개될 수 있고, 이것이 양국 관계 회복의 기본 전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싱 교수는 “최근 한·중 민간교류가 다소 저해됐지만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다”라면서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많은 문화적, 학술적 교류와 협력이 서서히 복원되는 중”이라고도 했다.

그는 “양국은 민간교류가 여전히 인문교류의 중요한 역량임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보다는 교류의 구체적인 내용과 형식은 민간이 주도해 교류 주체의 능동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싱 교수는 한국과의 인연에 대해 “1999년 당시만 해도 한국어를 배우는 중국인이 거의 없었는데 한류 문화에 영향을 받아 중국에서 한국어과에 입학했다”면서 “졸업 후 철학에 관심이 있어 한국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서전을 중국어로 번역하는 등 국내 통·번역계에서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려 있다.

싱 교수는 특히 사드의 영향으로 서적과 논문 등 한국 출판물에 대한 규제가 엄격히 관리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 학자는 한자를 알기 때문에 중국어를 못해도 읽을 순 있다”면서 “그러나 중국학자들은 한국어로 된 책은 읽을 수가 없어 피해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처럼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중국학자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번역본이 꼭 필요하다”면서 “출판물에 대한 규제로 학술교류의 불균형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작년 10월 말부터 중국 국내에서 한국과 관련된 저작은 모두 출판이 연기되거나, 금지됐다.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의 모든 한국저작 또는 중국학자의 한국 관련 저작의 심사는 사드 후폭풍 이후 더욱 엄격해졌다. 총국은 출판물의 도서번호 ISBN이나 중국도서 출판 목록 CIP 번호 부여를 지연하거나 주지 않았다는 게 싱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서적은 문화 전파의 중요한 채널”이라며 “학술교류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고 주장했다.

싱 교수는 인문학의 위기에 대해서도 우려감을 나타냈다.

그는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중국도 인문학 전공자 줄어들고 있다”면서 “국가 간 외교정책 만들기 위해서도 각 나라의 문화적 특성 파악해야 되고, 그래서 모든 학문의 기반인 인문학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역설했다.

싱 교수는 “동아시아 내에서 한국학에 대한 지위가 많이 떨어진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양국 관계가 좋아야 학자들의 연구 성과도 돋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공공외교라는 말도 있지만, 인문교류에서 인문은 중국 고전 주역에서 나온 단어”라면서 “대등성과 평등성 강조하는 단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싱 교수는 “국가 간 교류는 진정한 소통부터 시작해야 한다”면서 “인문교류는 정치의 영향을 받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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