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증가세가 가팔라지며 가계부채가 1400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신용대출을 포함한 2분기 은행권 기타대출이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증가액을 기록했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388조3000억원으로 1분기(1359조1000억원)보다 29조2000억원(2.1%) 늘어났다. 이는 한국은행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후 최대 규모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7월 가계부채 증가액 9조5000억원(속보치)과 8월 예상 증가액을 감안하면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1400조원을 넘어섰을 가능성이 높다.
2분기 가계부채 증가액은 1분기(16조6000억원)보다 12조6000억원 늘었지만, 작년 2분기(33조9000억원)보다는 4조7000억원 줄었다. 올해 상반기 증가액은 45조8000억원이다. 가계부채가 이례적으로 폭증한 작년보다 약간 축소됐지만, 급증세는 이어진 것이다.
저금리 장기화로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진 상황에서 서울 등 일부 지역 부동산 시장 호조가 부채 증가를 견인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6·19 부동산 대책으로 7월부터 대출규제가 강화되기 전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도 있었다.
실제로 가계 빚이 빠르게 늘어난 데는 주택담보대출이 주원인으로 작용했다. 부동산 거래가 늘어나며 은행권(6조3000억원)과 비은행권(3조2000억원)을 합친 주택담보대출액은 9조5000억원에 이른다. 주택금융공사의 주택담보대출(5조원)까지 감안하면 2분기 가계 빚 증가액의 절반가량이 주택담보대출인 셈이다.
예금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증가액은 5조7000억원으로 전분기(4000억원)와 비교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기타대출 증가액은 관련 통계가 나온 2006년 이후 사상 최대로 파악됐다.
문소상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5월 초 황금연휴 등 계절적 요인과 민간소비 호조 등으로 기타대출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들어 각종 부동산과 가계부채 대책 발표가 잇따르고 있어 3분기 이후 가계빚 증가 추세는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상호금융,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304조9000억원으로 분기기준으로 사상 처음 300조원을 돌파했다. 다만, 2분기 증가액은 6조3000억원으로 1분기(7조4000억원)보다 줄었다.
가계부채는 장기적으로 민간소비를 위축시키고 금융 안정을 훼손할 수 있는 위험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국내 경제에도 위협 요인이 된다. 이 때문에 정부도 다음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 도입 등을 담은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