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겨울을 이겨내고 가파른 실적 개선세와 주가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는 중국 바이주(白酒)업계가 '한주령(限酒令)' 소식에 일제히 주춤했다. 다시 매서운 반부패 한파가 밀려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지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마오타이의 고향이기도 한 중국 구이저우(貴酒)성에서 공무활동에서의 주류 구입 및 음주행위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다는 소식이 21일에 나오면서 22일 오전장에 18곳 바이주 상장사의 시가총액(시총) 166억 위안(약 2조8000억원)이 순식간에 증발했다고 증권시보(證券時報)가 23일 보도했다.
최근 구이저우 당국은 '구이저우성 공무활동 주류 전면금지 규정'을 발표하고 오는 9월 1일부터 소속 공직자의 공무시 주류 반입은 물론 그 어떤 단체나 개인이 제공한 술을 마실 수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근무시간 내 음주행위도 허용하지 않으며 공금을 통한 주류구입도 금지한다. 주요 행사나 투자설명회 등에서 주류 제공이 필요할 경우에는 원칙에 의거해 신중이 진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층 강화된 반부패 규정에 대한 우려에 '구이저우'라는 이름이 힘을 더하면서 22일 바이주 종목 주가는 급락했다. 중국 대표 황제주이로 주가 고공행진을 이어온 구이저우마오타이 주가는 이날 오전장 중 2.8% 급락한 476위안까지 떨어졌다. 이후 회복세를 보였지만 결국 0.51% 하락한 487.22위안으로 이날 거래를 마감했다.
퉈파이서더(沱牌舍得), 수이징팡(水井坊·수정방)도 장중 7% 이상의 낙폭을 보이다 전거래일 대비 4.20%, 5.66% 급락으로 장을 마쳤다. 루저우라오자오(瀘州老窯), 주구이주(酒鬼酒)도 오전장에 비해 낙폭은 줄였지만 결국 1.61%, 4.84%씩 하락 마감했다.
이에 바이주 업계가 다시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일시적인 충격에 그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증권시보는 전했다.
중국 공산당 정치국회의에서 2012년 12월 반부패 방지를 위한 '8항규정' 시행을 선언한 이후 바이주 업계는 된서리를 맞았다. 2012년 7월에서 2014년 1월까지 구이저우마오타이는 물론, 우량예(五糧液) 등 대부분의 바이주 상장사 주가가 50% 이상 폭락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새로운 시장 속 활로를 찾기 위해 바이주 대중화에 주력하는 등 자체 구조조정과 전략 수정에 나서 실적이 개선됐고 이와 함께 주가도 상승했다. 특정지역의 반부패 확대 조치가 이러한 흐름에 영향을 줄 수는 없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한주령 실시 소식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헤이룽장, 지린성 등이 2014년에 공무활동 주류 전면금지를 선언했고 지난해에는 안후이, 장쑤, 신장위구르자치구, 저장, 후난성 등에서 한주령을 내렸다. 이번에 충격이 다소 컸던 것은 마오타이의 고향인 구이저우에서 나온 소식이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평안증권 식음료 시장 전문 애널리스트는 "고급 바이주와 관련해 당국의 규제 역량이 강해지고 있지만 최근 고급 바이주의 시장 비중이 크게 줄었고 업계도 이미 익숙해졌다"면서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