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이명식 한국신용카드학회장 “무분별한 수수료율 인하 '毒' … 카드생태계 시장에 맡겨야"

2017-08-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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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남국진웅 기자]

"지급결제서비스는 정부를 대신해서 제공하는 일종의 공공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공공재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자율적인 생태계 조성이 우선돼야 합니다. 하지만 국내 '카드 생태계'는 정부의 주도적 행위가 너무 강합니다. 특히 가맹점 수수료는 누군가 인위적으로 조율하는 것보다 구성원(카드사‧가맹점‧회원)들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명식 한국신용카드학회장(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은 공공재적인 성격과 영리기업인 카드사의 수익성을 고려해 가맹점 수수료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수료에는 카드사 수익과 가맹점 매출을 일으켜주는 회원의 혜택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정부의 일방적 결정은 '카드 생태계'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우려했다. 이는 사회 전체적 후생과도 연관되기 때문에 절차적 정당성 및 투명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십년 유착돼 온 정부와의 관계 끊어야

1990년대 말 IMF 외환위기 졸업을 위해 내수를 살려야 했던 정부는 '신용카드'라는 수단을 꺼내들었다. 세수 확보 차원에서도 '신용카드'가 필요했다.

정부는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을 펼쳤고 1999년 72조원이었던 신용카드 이용액은 2002년 623조원으로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후 카드대란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꾸준히 성장한 신용카드 산업은 지난해 675조원의 이용액을 달성했다.

이 과정에서 카드사들의 사세는 급속도로 커졌고 삼성·현대 등 국내 굴지의 기업들도 신용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신한·KB국민 등 금융지주사들에게도 없어서는 안될 계열사로 자리잡았다.

결국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덩치를 키운 카드사들은 정부와의 연결고리를 끊지 못한채 수십년간 밀월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밀월관계를 넘어 최근 들어서는 정부의 입김에 시장 전체가 휘둘리고 있을 정도다.

이명식 회장은 "정부가 신용카드의 본질을 망각하고 세수 확보, 내수 진작 등을 위해 신용카드사를 이용한 것"이라며 "이제는 이같은 연결고리를 끊고 다른 선진국처럼 카드 시장과 현금 시장이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환경 조성이 정부 개입 없이, 구성원들이 시장을 자율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신용판매 수익 하락은 시장 발전 저해

신용카드 이용액 증가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년간 카드사 신용판매 수익률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몇 년 동안 수차례에 걸쳐 가맹점 수수료율을 인하시켰기 때문이다. 결국 본업인 신용판매에서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카드사들은 대출 업무에 비중을 높이고 있다.

이 회장은 "자율신경계 반응과 같이 가맹점 수수료 수익 감소에 대처하기 위해서 상대적으로 대출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다"며 "이는 카드사들이 금융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져오게 된다"고 말했다. 투자가 감소할 수밖에 없고 이는 지급결제서비스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신용판매 수익을 끌어올리기 위해 밴(VAN)사들의 독과점 구조를 완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내에 신용카드 시스템이 정착하던 초기에는 밴사들이 카드사들의 일부 업무를 위탁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지금은 기술의 발전으로 과거와는 상황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모바일 결제서비스가 확대되고 지급결제 기술들이 발달하면서 카드사들이 자체 시스템을 통해 지급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며 "밴사들의 암묵적인 리베이트를 줄이고 비용구조를 고비용에서 저비용으로 바꾸는 등 효율적인 시스템이 정착할 수 있도록 도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공 밴 활성화와 카드사 직승인 계약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수료율 무조건 인하 … 오히려 ‘독’

최근 정부가 신용카드 우대 수수료율 적용대상을 확대하면서 카드사들은 연간 3500억원의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초 영세·중소가맹점의 수수료율을 한차례 낮춘데 이어, 대선 공약이라는 정치적 퍼포먼스의 희생양이 되면서 카드사들의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말에도 한차례 더 인하를 계획하고 있다.

이 회장은 "가맹점 수수료율은 매출단위 당 적격비용과 시장경쟁 논리에 따라 영세 가맹점일수록 높아지는 것이 타당하다"며 "가맹점이 힘들어 하는 부분은 카드 수수료가 아닌 경제환경, 임대료, 직원임금 등이기 때문에 정부가 영세 가맹점을 보호하려 한다면 장려금 지급, 세금 감면 등 정부에 주어진 권한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장 경제적 차원과 사회 복지적 차원을 분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무분별한 수수료 인하로 인한 부작용도 지적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인해 소비자들이 기존에 받아왔던 금융 서비스 혜택이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해외에서도 정산수수료 규제 이후에 발급 은행의 카드 사용수수료 신설, 연회비, 해외결제수수료, 연체이자율 등이 인상돼서 고객의 부담 비용이 증가한 사례가 있다"며 "8월 우대 수수료율 적용대상 확대로, 대상 가맹점이 전체의 90%에 육박하기 때문에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제도적 개혁 통해 신사업 절실

이 회장은 부수업무 네거티브제가 시행됐지만 카드사의 신규 사업에는 여전히 제약이 많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과 '부수업무'라는 한계로 인해 사실상 허가제이기 때문이다. 또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보호법 등으로 인해서 카드사의 강점인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사업도 사실상 용이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적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주장이다.

그는 "감독당국의 보수적 해석으로 인해 카드사들의 신규업무가 아직도 제한을 받고 있다"며 "현재의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을 보다 더 기업 친화적으로 바꿔서 데이터간 융합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제도적 개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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