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혁신, 프리미엄·중저가 ‘이중전략’ 시장판세 역전

2017-08-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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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여 만에 내수매출 2조 넘게 확대

고정관념 깬 ‘트윈워시’ 소비자 열광

고가제품 통해 ‘기술력’ 이미지 각인

중저가 통해 고객 충성도 높여

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사진=LG전자 제공]


LG전자의 내수 시장 선전은 조성진 부회장의 강력한 혁신 드라이브가 한몫을 단단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말 부회장으로 승진, LG전자 단독 대표이사로 부임한 조 부회장은 2017년 신년사를 통해 “품질에 대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진정한 ‘1등 LG’를 추진해야 한다. 글로벌 저성장 기조와 보호무역 중심의 경제질서 재편 등 어려운 상황에도 모두가 힘을 합쳐 흔들림 없이 도약하자”고 강조했다.
조 부회장이 말하는 ‘1등 LG’의 핵심은 혁신이다. “혁신을 통해 스스로 변화하고 위기를 극복해야 LG전자가 100년을 넘어 영속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차별화된 제품의 판매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사업을 하지 않고, 스마트폰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LG전자가 4개 분기 연속 내수 매출이 삼성전자를 추월할 수 있었던 배경은 그가 추진해온 ‘혁신’의 노력이 결실을 보았다는 것이다.

◆‘트윈워시’ 시장 판도 뒤집어··· ‘혁신 LG’ 이미지 각인
가전업계는 조 부회장을 이야기할 때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뒤집은 지난 2015년 사건을 떠올린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2010년대 초반 세계 경제가 저성장 기조가 확산되자, 글로벌 가전 업체들은 당분간 소비자들의 구매심리가 회복되기 힘들 것으로 보고, 투자를 최소화하는 대신 제품의 일부 기능을 향상시키거나 디자인을 바꾸는 소극적인 신제품으로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LG전자는 2015년 ‘트윈워시’를 내놨다. 통돌이 세탁기와 드럼세탁기를 결합한 트윈워시는 조 부회장이 8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내놓은 역작이었다. 경쟁사 제품들에 비해 높은 2500달러 안팎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미국을 비롯해 80개 이상의 국가에서 흥행을 기록 중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트윈워시’는 제품의 기능은 동일하다는 고정관념을 깬,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신개념 제품으로 업계에 충격을 던져줬고 소비자들도 열광했다”면서 “트윈워시는 저성장 기조에서도 혁신적인 제품은 고객들에게 선택받을 것이라는 교훈을 줬다. 이후 경쟁사들도 전략을 바꿔 LG전자의 혁신을 따라가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조 부회장은 단독 대표이사가 된 후 수익성이 높은 프리미엄 가전사업 전담조직을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신설하고 사업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초(超) 프리미엄 브랜드인 ‘LG 시그니처’ 제품군을 확대하는 한편, 빌트인 제품인 ‘LG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통해 B2B 시장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중저가 시장 특화 제품 라인업으로 매출 확대
프리미엄 라인업과 함께 지난 수년간 LG전자가 공들여온 분야가 중저가 제품 시장이다. 이 시장은 수익성은 낮지만 다수의 소비자들이 포진해 있어 가전업체들은 놓칠 수 없다. 가전제품은 브랜드 충성도가 절대적이다. 특정 브랜드를 사용한 뒤 무리가 없다면, 고객은 같은 브랜드를 재구매할 가능성이 높다. 중저가 제품을 사용해본 고객이 장기적으로 프리미엄 가전을 구매하기 때문에 LG전자나 삼성전자 모두 중저가 시장에서 일정 수준의 점유율을 가져가야 한다.

이 시장에서 브랜드 신뢰도, 기능 및 성능, 품질, 애프터서비스(A/S) 등 다양한 변수들 가운데에서도 구매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가격’이다. 중저가 제품 대상 고객들은 주머니 사정 내에서 ‘가장 합리적인 성능을 가진 제품’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조 부회장은 이 부문 사업 경쟁력 확대를 위해 특화 제품 개발, 생산성 극대화, 영업망 재편 등 효율화 작업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LG’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대형 가전사는 물론 중소 가전사들과도 대응할 수 있는 가격의 제품을 내놓았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대형 가전사들은 광고와 마케팅을 통해 프리미엄 제품을 주로 선전하고 있지만 실상 회사 매출의 절대 비중은 중저가 제품에서 나온다. 자동차 업체들은 풀 옵션 승용차를 광고하지만, 실질적인 판매량은 옵션이 덜 들어간 제품이 압도적인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LG전자가 내수 매출액을 1년여 만에 2조원 넘게 늘릴 수 있었던 요인은 중저가 제품 판매도 증가했기 때문”이라면서 “프리미엄 제품을 통한 브랜드 이미지 상승이 중저가 라인업의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내수 비중 31.6%··· 집중도 높아져
내수 판매 확대는 조 부회장의 성과지만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진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올 상반기 LG전자의 총 매출액 중 내수 비중은 31.6%로 지난 5년 이래 처음으로 30%대를 넘어섰다. 이 추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경우 2013년 이후 4년 만에 북미지역을 제치고 내수가 최고 매출지역으로 올라설 전망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내수 시장에서 일정 수준의 성과를 낸 만큼 조 부회장은 LG전자의 해외시장 매출 확대에도 힘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지역별 고른 성장이 바탕이 되어야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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