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서울 불바다’ 발언으로 촉발된 한반도 8월 위기설이 정치권을 덮쳤다. 북한 전략군이 10일 이달 중순 ‘화성-12’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4발로 미국령 괌을 포위 사격하는 방안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게 보고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여야 정치권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이외 추가적인 실효성 제재 논의에 불을 댕기는 모양새다.
특히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탑재 소형핵탄두 개발 성공과 미국의 군사적 옵션 검토 등이 맞물리면서 여야의 움직임도 가팔라지고 있다. 북한의 추가 도발은 오는 21일∼31일로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시기가 유력하다. UFG는 매년 8월 말과 9월 초 사이 열리는 한·미 합동 군사연습을 말한다.
◆핵잠수함, 韓美 원자력협정 개정 필수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핵잠수함과 전술핵의 차이는 ‘한반도 핵 배치’ 여부다. 핵잠수함은 핵분열 방식의 원자로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잠수함이다. 이 때문에 ‘원자력 잠수함’으로도 불린다. 기원은 1954년 미국의 노틸러스(Nautilus)다. 현재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 보유·운용 중이다.
특징은 최장 6개월간 ‘장기 잠항’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배터리 충전 방식이 아닌 소량의 핵연료를 사용한 결과다. 재래식 디젤기관 잠수함의 고속 잠항 기간은 1~2일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핵 잠수함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에 대처할 수단으로 꼽는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에 앞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도 지난달 28일과 31일 국회 국방위원회 인사청문회와 전체회의에서 각각 “원자력(핵) 추진 잠수함을 생각하고 있다”, “(핵잠수함) 추진에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난제는 많다. 그 중 하나가 핵잠수함에 필수적인 핵연료 물질의 구입 문제다. 현행 ‘한·미 원자력 협정’(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 간의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협력 협정)에 따르면 이전된 핵물질 등을 통해 생산된 모든 핵물질 등은 핵무기 또는 어떠한 군사적 목적을 위해서도 이용할 수 없도록 금지한다.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없이는 핵잠수함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보수야당 “핵에는 핵”…한반도 비핵화 배치 난제
여권 일각에선 미국이 협상에 응할지 미지수인 데다, 사드의 한반도 추가 배치에 반발한 중국이 미국 패권주의에 맞서 군비경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안정성도 문제다. 핵잠수함 사고 땐 방사능 누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핵잠수함 추진은 (현실 가능성이 있는 안보다는) 일종의 대북 메시지”라고 말했다.
이에 보수야당은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한다. 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SLBM, 중거리 폭격기투하탄 등을 제외한 핵무기로, 홍준표 한국당 대표의 대선 공약이다.
명분은 ‘핵에는 핵’인 힘의 균형이다. 현재 전술핵무기로는 미·중·러 등에 2800여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미국과 유럽 5개국(터키·벨기에·네덜란드·독일·이탈리아) 6개 공군기지에 150개∼200기가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를 둘러싼 여야 갈등은 극에 달했다. 홍 대표는 이날 문재인 정부를 향해 “코리아 패싱이 아닌 ‘문재인 패싱’”, 정우택 원내대표는 “자주파 아마추어”라고 각각 비판했다. 이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홍 대표를 향해 “‘전술핵 배치’처럼 위험천만한 천둥벌거숭이 같은 소리로 국민들 속을 뒤집어 놓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전술핵 재배치의 가장 큰 산은 핵확산금지조약(NPT) 등 한반도 비핵화를 정면으로 위배한다는 점이다.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인 탈핵 기조와 배치되는 점도 골칫거리다.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원자력에 관한 한 거꾸로 가고 있는 것 같다”며 우려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