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를 놓고 중국과 베트남의 영유권 갈등이 점점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베트남이 미국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동남아시아 국가 가운데 필리핀이 중국 편에 선 상황에서 이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손을 잡고자 하는 것이다.
9일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에 따르면 베트남이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미국과 밀접한 연대를 구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 베트남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국방·해양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세안 10개 회원국 외교장관은 지난 6일 공동성명을 통해 남중국해 사태와 관련해 "비군사화와 자제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남중국해에서 신뢰를 훼손하고 긴장을 높이는 간척 등의 활동에 대해 일부 장관이 표명한 우려에 유의한다"고 전했다.
또 "남중국해에서 평화, 안보, 안정, 항행의 자유를 유지하고 증진해야 하는 중요성을 재확인한다"며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분쟁 당사국과 다른 모든 국가의 행동과 관련, 자제력을 발휘할 것"을 주문했다.
외교가에서는 간척 행위는 중국의 인공섬 조성을 의미하고, 비군사화는 중국의 미사일과 레이더 시설 설치 등을 지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 4월 아세안 정상회의 의장성명에서 남중국해 매립과 군사기지화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것과 비교해 내용의 강도가 세졌다는 평가다.
이번 공동성명에 중국에 대한 강한 어조가 담긴 데에는 베트남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공동성명 초안에서는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기지화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지만 베트남이 이에 반발하며 강경한 표현을 담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남중국해 자원탐사를 둘러싼 대립으로 베트남과 중국의 갈등이 깊어진 상황이다. 베트남은 남중국해 자원탐사에 나섰지만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한 달 만에 중단했다.
상황이 이렇자 베트남이 중국에 맞서기 위해 미국, 일본 등 다른 지역 강대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있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을 보면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과 응오 쑤언 릭 베트남 국방장관은 9일 워싱턴 DC에서 만나 논의를 나눴다. 응오 쑤언 릭 베트남 장관은 지난 7일 나흘간의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 DC를 공식 방문했다. 이번 회담에서 양측은 내년 미국 항공모함의 베트남 방문, 해군 협력 확대, 정보 공유 확대 등 방위 협력 증진을 위한 방안에 합의했다.
베트남은 또한 오는 11월 아시아-태평양 경제 협력 회의를 개최한다. 이번 회의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베트남이 미국과 일본 등 다른 지역 강대국과 관계를 맺음에 따라 중국과 더 많은 마찰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장 밍량 광저우 지난대학 동남아시아 전문가는 ""베트남은 항상 아세안에서 중국과의 해양 및 육상 국경을 공유하기 때문에 베이징에 대한 가장 강한 의혹을 가진 국가였다"고 장은 말했다"고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는 보도했다.
해양정책 전문가인 쉐리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베트남이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데 국제무대를 계속 이용할 것"이라며 "베트남 같은 작은 나라가 힘의 균형을 이루려는 것은 정상적이지만 극단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