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구제법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시민단체들은 주장한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구제법 제3조는 “국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유족의 경제적, 건강상 위급한 어려움을 신속하게 경감시켜 주기 위하여 필요한 지원대책을 수립ㆍ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국가도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책임이 있다는 내용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청와대에서 피해자들을 만나 “책임져야 할 기업이 있는 사고이지만, 그간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예방하지 못했음은 물론 피해 발생 후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대통령으로서 정부를 대표해 가슴 깊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국가도 책임이 있음을 인정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있게 한 기업들의 책임을 많이 축소시켰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환경부 장관은 피해자들 지원 등을 위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분담금’(이하 ‘분담금’)을 부과·징수해야 한다.
가습기살균제 사업자가 납부하는 분담금의 총액은 1000억원이다. 원료물질 사업자는 가습기살균제 사업자가 납부하는 분담금의 100분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을 별도 분담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가습기살균제 사업자’는 가습기살균제를 제조ㆍ수입해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판매한 사업자이다. ‘원료물질 사업자’는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된 독성 화학물질을 제조ㆍ수입해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판매한 사업자다.
환경보건시민센터,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은 8일 성명서에서 이 법에 대해 “국가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단지 간단한 행정서비스만을 할 뿐이다. 구상권을 전제로 한 구제는 구제가 아니다. 피해자들이 제조·판매사들로부터 받아야 할 배상의 일부를 국가가 먼저 지급해 주고 나중에 받아가는 것에 불과하다”며 “당초 야당의원이 제시한 법안에 있던 징벌제도는 빠져버렸고, 제조판매사들의 책임을 1250억원이라는 돈으로 국한시켜버렸다. 이제 이 법의 시행으로 제조·판매사들은 얼씨구나 하고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책임에서 벗어나 버린다. 피해자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고 아직 신고조차 되지 않은 피해자들이 수십만 명이나 되는데 말이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