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포커스] ​‘사드 보복’ 중국에 깃발 꽂는 한샘

2017-08-09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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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생활경제부장]


“사드 보복으로 중국시장이 좋지않죠. 그렇다고 마냥 시장상황이 개선되기만 기다리다간 너무 늦습니다.”

국내 가구업계 1위 한샘이 중국의 경제심장부 상하이에 최대규모의 플래그십 매장을 냈다. 8일 상하이시 창닝88복합매장에 오픈한 ‘한샘상해플래그십스토어’가 그것인데, 1·2층 규모로 연면적만 1만3000여㎡(약 4000평)에 달한다. 국내 한샘 플래그샵 면적의 2배 크기다.
이번 매장 오픈은 한샘에겐 중국의 B2C(기업·소비자간 거래) 시장 첫 진출을 의미한다. 동시에 한샘측이 밝혔듯, 글로벌화를 위한 전진기지로 중국을 택했다는 상징성도 있다.

중국정부의 이른바 ‘사드 보복’으로 다른 유통기업들이 잇달아 철수를 선언한 상황에서 한샘의 이같은 대중국공략은 ‘무모한 도전’처럼 보이지만 국내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도 그럴 게 ‘사드 후폭풍’으로 유통업계가 전방위적인 피해를 입게 되면서 너도나도 ‘탈 중국’ 바람이 일었던 게 사실이다.

롯데마트 등 중국시장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직접 나서 베트남 하노이와 호찌민의 인민위원장을 만나 ‘롯데몰 하노이’와 ‘에코스마트시티’ 사업을 논의했다. 화장품 업계에서 큰 피해를 본 아모레퍼시픽도 중국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CJ와 신세계도 마찬가지다. CJ는 베트남 현지 식품업체 3곳을 인수해 시장진출을 타진한 데 이어 CJ제일제당의 경우 700억원을 투자, 연구개발(R&D) 역량과 제조 기술이 집약된 식품 통합 생산 기지를 호치민에 건설했다.

지난 5월 이마트의 중국사업 완전철수를 밝힌 신세계 역시 베트남 등 동남아를 중심으로 이마트 노브랜드 상품을 적극 수출할 계획이다. 편의점업계에선 GS25가 곧 베트남에 1호점을 오픈한다.

중국시장이 경색된 만큼 적극적인 신규시장을 모색하고 사업성 있는 곳에 과감한 투자를 하는 것은 이윤추구가 목적인 기업으로선 당연한 수순이다. 특히 대중국사업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다른 국가로의 시장다변화는 절실하다 못해 '필요조건'일 수 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중국시장은 피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중국은 우리기업들이 글로벌화를 위해, 혹은 사업성을 위해 지나칠 수 없는 무역국이 분명하다. 지리적으로나 인구학적, 혹은 경제발전성 등을 감안하면 중국 현지에서의 사업성공이 우리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열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치상으로도 중국은 한국과의 경제교역에 있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국가로 자리잡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총 1224억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25.1%를 차지했다. 세계 교역국 중 최대 규모다. 한국 수출의 중국 의존도는 주요 20개국(G20) 국가 중에서 호주(32.5%)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수출 못지않게 내수시장에서도 중국은 '저버릴 수 없는' 국가다. 올 들어 유커에 많이 의존해온 면세점 업계가 실적하락 늪에 신음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치다. 기업 중심의 민간경제나 국가경제로나 중국은 여전히 가치있는 시장인 셈이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우리기업들이 사드 여파에 따른 시장다변화를 모색하는 것도 좋지만 이 같은 위기가 오히려 중국시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로 삼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의 사업적 난관과 한계점을 견대낸 기업이라면 앞으로 중국사업에 대한 자신감은 물론, 장기적인 로드맵을 충분히 그려갈 수 있다.  

유통업계와 마찬가지로 현대·기아차도 지금 중국시장 판매 부진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사드 보복이 실적하락의 주 원인이 아니라는 의견이 속속 나온다. 현대·기아차가 사드영향을 받았다기 보다는 가격이나 품질 등에서 전체적인 경쟁력이 떨어진 게 실적하락의 원인이라는 얘기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험난한 ‘사드 후폭풍’이라도 말그대로 폭풍은 반드시 지나가게 마련이다. 장기적인 사업전략과 끈기있는 현지화노력으로 중국을 피하는 상대가 아닌, 마주보는 상대로 생각의 틀을 바꿔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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