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형 퇴직연금(IRP)에 가입할 수 있는 대상자가 730만여명 늘어나면서 확대 시행 한 달 전부터 은행권에서는 홍보용 리플렛 제작과 내부 역량 강화에 힘쓰며 고객 선점 전략을 고심했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IRP 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예상보다 크게 낮아 금융권에서는 조용한 모습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7월 26일부터 소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IRP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가장 큰 문제는 IRP가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고 수익률이 낮아 투자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의 5년 기준 IRP 수익률은 2%중반대에 불과하다. 지난해와 올해 역시 수익률이 1% 수준에 불과해 0.2~0.3% 정도의 수수료와 물가상승률을 적용하면 수익은커녕 손해를 입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최근 각 금융사들이 IRP 수수료 인하에 나서며 고객 모집과 수익률 상승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수수료 인하폭이 크지 않고 대부분의 회사들이 적용한다는 점에서 큰 경쟁력으로 작용할 지는 미지수다.
상품 가입이 더디면 은행권에서는 고객에게 문자메시지와 이메일 등을 통해 안내하거나 영업 직원들을 대상으로 영업에 집중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8·2 부동산 정책 이후 은행 창구에서는 쏟아지는 민원을 처리하느라 IRP에 대한 정확한 안내나 이벤트는 준비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근로자든 자영업자든 퇴직연금에 이미 어느정도 가입한 상황에서 IRP 상품의 경쟁력이 없어 사실상 고객의 관심도가 크게 낮다"며 "아직 확대 시행된 지 보름밖에 되지 않아 상황을 더 지켜봐야 겠지만 은행 창구에서도 IRP 상품 설명보다 대출 상담에 집중하고 있어 파급력 있는 상품이 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