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가 전반적으로 호황을 누리면서 투자자들이 상장지수펀드(ETF)로 몰려들고 있다. 올해도 ETF로의 투자 유입액은 사상 최고치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전 세계 ETF 자산은 4조1700억 달러(약 4700조원)까지 불어났다. 이와 비교해 헷지펀드 자산은 3조1000억 달러 정도로 ETF 자산에 비해 1조 달러 이상 적었다.
특히 미국에서 이 같은 흐름이 두드러졌다. ETF 자금 유출입을 추적하는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에 따르면 7월 말 기준으로 미국 ETF 자산은 3조 달러를 넘었고 올해에만 2730억 달러가 유입됐다. 2010년 경 ETF 자산 규모는 1조 달러 수준이었다.
일반적인 주가지수나 상품, 통화 등을 기초자산으로 추종하는 패시브펀드인 ETF의 자산은 2년 전 전문적인 머니 매니저들이 수시로 투자 포지션을 바꾸는 액티브펀드인 헷지펀드의 자산을 뛰어넘은 뒤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ETF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데에는 높은 수수료를 받는 헷지펀드의 수익률이 ETF에 비해 월등히 높지 않다는 데 있다. 헷지 펀드 수익률을 나타내는 HFR 지수는 올해 3.7% 상승한 데 반해 미국 S&P500지수는 10% 가까이 올랐다. 게다가 ETF의 연간 수수료는 평균 0.27% 수준으로 낮지만 헤지펀드의 수수료는 통상 투자액의 2% 수준이며 수익이 날 경우 20%에 달하는 성과보수도 지급해야 한다.
이제 ETF 투자는 풍부한 유동성을 이용한 장기 상승장을 활용하는 가장 선호되는 투자방식으로 자리잡았다고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진단했다. 세계적인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들은 금리인하와 양적완화를 통해 시중에 막대한 자금을 풀었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증시는 2009년 3월부터 안정적인 장기 상승장을 이어가고 있다. 일례로 S&P500지수의 경우 2009년 저점 대비 2.7배나 뛰어올랐고 최근 변동성 역시 역대 최저치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트림탭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의 데이비드 산츠치 CEO는 CNBC에 “투자자들이 중앙은행의 돈을 따르고 있다”면서 “그것이 가장 쉽고 저렴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투자자들의 경계가 느슨해진 데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엘리어트 자산운용의 폴 싱어 창립자는 중앙은행들이 긴축으로 돌아설 경우 유동성에 의지하던 금융시장이 급격하게 요동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