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인권침해 '솜방망이 처벌'이 박찬주 대장 부부 '갑질' 불렀다

2017-08-07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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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 군내 폭행 3천여건 중 실형 처벌 55건(1.4%) '미온' 지적

"군에 종속된 사법체계 문제"

공관병 '갑질' 의혹의 당사자인 박찬주 제2작전사령관의 부인 전모씨가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하고 있다.[사진=아주포토]


박찬주 제2작전사령관(대장) 부부의 공관병을 상대로 한 갑질 의혹이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그간 군 당국의 군 내 인권침해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사령관 부인은 7일 오전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현역 군인인 박 사령관은 8일 피의자 신분으로 군 검찰에 출석한다. 앞서 군 검찰은 박 사령관 의혹에 관한 국방부 중간 감사결과가 나온 지난 4일 박 사령관을 형사입건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국방부 감사 결과 박 사령관 부부는 공관병에게 손목시계 타입의 호출벨을 착용하도록 하고 뜨거운 떡국의 떡을 손으로 떼어내게 하는 등 광범위한 인권침해 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박 사령관 부부의 갑질을 견디다 못한 한 공관병이 자살을 시도했다는 주장까지 나온 상태다.

군 내 폭행 등 인권침해와 이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회 국방위원회 서영교 의원이 지난해 국방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군대 내 폭언과 폭행, 가혹행위 3846건 중 실형 처벌을 받은 것은 55건(1.4%)에 불과하다. 벌금으로 처벌한 경우까지 합쳐도 555건(14%)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솜방망이 처벌의 근본 원인으로 '군에 종속된 군 사법체계'를 꼽는다. 군 검찰과 군사법원이 국방부 장관이나 지휘관의 하부기구로 독립적 업무수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군 인권센터 방혜린 간사는 "군은 초동 조치 자체가 제대로 되지 않는 집단"이라며 "초동 수사가 안 되다보니 말 바꾸기나 증거인멸이 쉽다. 결국 사건이 은폐·축소돼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다"고 말했다.

방 간사는 이어 "또 군사재판의 심판관이 해당 부대의 지휘관이라 지휘관의 의사가 개입되는 경우가 있고, 가급적 '좋게좋게 가자'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특히 이번에 논란이 불거진 '상관의 공관병에 대한 갑질' 같은 경우 상관이 형사 처벌은커녕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상급자에 대한 군 검찰의 수사 자체가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데다, 군인사법상 징계위를 징계처분 대상자의 선임자 3인으로 구성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박 사령관의 경우 선임자가 합동참모본부 의장과 육군참모총장 두 사람뿐이라 징계위가 구성되지 못했다. 앞서 2015년 최차규 전 공군참모총장(대장) 역시 운전병에게 관용차로 자신의 아들을 홍대 클럽에 데려다주라 등 사적인 지시를 내려 논란이 됐지만, 경질만 됐을 뿐 아무런 징계 없이 그대로 묻혔다.

지난달엔 육군 39사단 문병호 사단장이 이유 없이 폭언과 폭행을 가하고 공관병들에게 한밤중 술상을 차리게 하는가 하면, 대학원 과제를 대필시켰다는 폭로가 이어지기도 했다. 문 사단장은 이후 보직해임된 뒤 별도의 형사입건 없이 현재 징계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 법무관 출신 변호사는 "군의 특징이 징계와 형사처벌을 구분 못 하는 것"이라며 "박찬주 대장 역시 형사처벌될지 모르겠다. 전례를 보면 징계만 받고 전역시키고 끝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군 내에 만연한 온정주의도 문제"라며 "군 검찰이 군에 종속돼 있기 때문에 입건해야 하는 사안도 군 지휘부에서 입건하지 말라고 하면 사실상 그 명령을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 사령관의 부인은 이날 오전 10시께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내 군 검찰단에 도착, "제가 잘못했다. 아들 같이 생각하고 했지만 그들에게 상처가 됐다면 그 형제나 부모님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박 사령관 부인은 '썩은 토마토나 전을 공관병에게 던졌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했고 '본인을 여단장급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절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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