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포스트] 케이블TV업계 ‘원케이블’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원케이블을 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각오입니다.”

지난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이 불발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유료방송시장의 판을 뒤흔든,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큰 이슈였죠. 당시만해도 파장이 커서 업계에 여진이 쉽사리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시장 플레이어들에게는 새로운 화두가 생겨났습니다. 

저성장기조로 벼랑 끝에 몰린 케이블TV업계는 그야말로 이를 악 물 수밖에 없었습니다. 업계의 자율 구조조정 길이 막히자, 모든 사업자들이 자구책을 찾아 힘을 합쳐야했습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원케이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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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케이블은 대오를 이탈하지 않고 함께 나아가자는 케이블TV의 절박한 심정이 담겼습니다. 흡사 전투에 임하는 ‘필사즉생 필생즉사’의 결연한 다짐 같았다 표현하겠습니다.

10개월이 지난 지금, 케이블TV업계는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이해관계가 다른 건 어쩔수가 없다고 봐요. 앞에서는 협심, 협심 외치는데 어떤 사업자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참여도 자체도 낮고, 서로를 곧이곧대로 바라보는 것도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앞서 비유한 표현이 다소 민망하게 다가옵니다. 최근 케이블TV사업자들이 털어놓는 속내입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포착됩니다. 결국엔 자기 살길을 찾는 일이 우선이다 보니 ‘공공의 적’이 또 생기는 건 아닌지, 진정성을 찾기 어렵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지금까지 원케이블이 공동으로 했던 사업을 꼽으라면 동등결합상품, 로밍서비스, 아날로그 종료 시범사업 정도입니다. 공동 프로젝트라는 의미가 있지만, 확연한 성과를 냈다고 보기에는 다소 평가가 박합니다. 출범 초기에 공언했던 스마트홈과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와 이로 인한 신규서비스 확보는 여전히 속도가 더딥니다.

지나간 일을 들춘 것은 이를 ‘했냐, 안했냐’ 따지기 위함이 아닙니다.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도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차원입니다.

조금 냉정히 말해 지금의 케이블TV는 나 혼자 살겠다는 각오로 ‘사분오열’하고 있는 게 현주소입니다. 최근 케이블TV방송협회(KCTA)가 내홍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탓하는 케이블TV라면 미래는 보장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제 얼마 뒤면 원케이블이 생긴지도 한해가 흘러갑니다. 모든 사업자들이 원케이블이라는 비전을 동일하게 바라보고 있는지 자문자답을 해볼 때입니다. 올해 죽는 각오로 임했다면, 내년,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마음으로 케이블TV를 지켜 나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