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가 5일(현지시간) 대북제재 결의 2371호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CNN 등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북한의 광물·수산물 수출 금지, 해외 노동자 신규 송출 금지를 담은 이번 제재로 인해 북한은 해외 소득에서 연간 10억 달러(약 1조1250억원)에 이르는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 광물·수산물 수출 금지로 핵·미사일 개발 자금줄 차단
이번 조치는 북한의 주력 수출품인 석탄, 철·철광석, 납·납광석 수출과 수산물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북한의 신규 해외 노동자 수출을 차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북한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자금줄을 차단해 핵·미사일 폐기를 압박하려는 것이다. 제재로 인한 북한의 피해 규모는 연간 10억 달러로 예상된다. 북한이 매년 벌어들이는 해외 소득의 1/3에 이르는 것이다. 다만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에 부딪힌 듯 당초 미국이 제안했던 북한으로의 원유 수출금지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제재는 북한과 합작회사를 열거나 종전의 합작회사에 투자하는 것도 금지했다. 아울러 조선무역은행을 포함해 북한 기업 4곳과 개인 9명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북한의 ICBM급 탄도미사일에 대해서는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했다. 다만 ICBM이라고 직접 지칭하는 대신 '북한이 밝힌 ICBM'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북한이 최근 쏘아올린 미사일을 중거리 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러시아의 뜻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대사는 이번 결의가 만장일치로 채택된 것을 강조하면서 대북 제제를 ‘경고’에서 ‘행동’으로 옮기는 데 도움을 준 중국에 개인적인 감사를 표했다고 WSJ는 전했다. 미국은 이번 결의의 초안을 작성하고 통과를 추진했는데 최종 내용을 두고 중국과 한 달 넘게 협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헤일리 대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제재가 북한에 대한 ‘강한 일격’이라고 밝히면서 북핵 위협이 여전하고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헤일리 대사는 “우리는 북한 문제를 해결했다고 착각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과 동맹국 보호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CNN은 북한의 도발이 계속될 경우 군사적 옵션을 경고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아울러 헤일리 대사는 "이제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다. 이제 그들은 지금부터 어떻게 나아갈지를 결정하면 된다. 그들이 평화와 안전의 길을 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 트럼프·아베 제재에 반색
북한의 첫 ICBM 발사 실험 후 33일 만에 나온 대북 추가 제재에 미국과 일본 정상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4일부터 17일에 걸친 여름휴가에 들어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유엔 안보리가 북한 제재에 15:0 만장일치를 이뤘다. 중국과 러시아도 우리 쪽에 투표했다. 엄청난 경제적 충격을 줄 것이다!”라고 적었다.
이어 그는 추가 트윗을 통해 "유엔 결의안은 지금껏 단일안으로는 가장 큰 대북 경제제재“라면서 "북한에 10억 달러 손실을 줄 것"이라고 썼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역시 6일 이번 결의안을 두고 “북한의 위협이 현실이 된 만큼 대북 압박을 한 차원 더 높게 끌어올려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명확한 뜻”이라고 평가했다고 일본 NHK는 전했다. 또한 그는 북한을 향해 “국제사회의 강력한 항의와 경고를 무시하고 두 차례나 ICBM급 미사일 발사를 비롯한 도발을 계속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외신들은 이번 제재가 실질적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저지하고 김정은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WSJ과 파이낸셜타임즈(FT)는 북한 경제가 지금껏 유지되는 것은 북한 무역에서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과 러시아, 아프리카 일부국 때문인데 이들은 기존의 유엔 제재조차 완벽하게 지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6월에 북핵 개발에 관여한 중국 기업 및 은행에 제재를 가하기도 했다.
일본 매체들 역시 북한이 처음 ICBM을 발사한지 한 달여 만에 가까스로 일치된 대응을 내놓았으나 앞으로 제재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일치된 행동을 보여주는 일이 과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