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판매는 단말기 제조사가, 이동통신서비스는 이동통신사가 판매하도록 하는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추진하는 법안이 발의될 예정인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관련업계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은 3일 서울 여의도 소재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9월 정기국회에서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번 개정안으로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연 2조원 가량의 통신비 인하 효과 △제조사 간 경쟁을 통한 단말기 가격 인하 효과 △알뜰폰 경쟁력 상승효과 등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의원이 제시한 단말기 완전 자급제안이 시행되면 ‘단말기 공급업자’가 단말기 제조사에서 판매점에 단말기를 공급하게 된다. 김 의원은 “제조사가 판매를 하기는 어려우니 영업, 판매 등을 전담할 수 있는 공급업자가 필요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유통망이 안정적으로 단말기를 공급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른 이통사, 제조사 등 사업자들의 셈법은 복잡하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법안은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국회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현재 통신비 인하 이슈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며 본격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에 손익계산 및 예상효과는 모호한 상황이다.
알뜰폰 업계의 경우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한 환영의사를 수차례 밝혔지만, 이통사와 제조사의 경우 명확한 입장을 내기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휴대폰 제조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제조사 입장에서는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고, 이통사 관계자들 역시 “검토하는 방안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을 아꼈다.
다만 SK텔레콤의 경우 단말기 완전 자급제에 대해 KT와 LG유플러스보다는 호의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상헌 SK텔레콤 CR전략실장은 최근 2분기 실적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단말기 자급제 등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직영점이 아닌 유통망에 대해 단말기 판매와 서비스 가입을 모두 허용하겠다는 방안이 포함돼있지만,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KMDA 관계자는 이날 “이번에 제시된 개정안에 새로 추가된 유통망 보호측면은 긍정적이나, 지금 같은 시장구조에서는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시행한다고 단말기 출고가 인하 등의 효과는 보기 어렵다고 본다”며 “예시로 자주 등장하는 미국의 경우 자급제 시행률은 9%에 불과하며 유럽도 한때 자급제를 시행하다가 단말기 고급화로 출고가가 비싸지며 장려금으로 할인받자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한 합의를 보다 쉽게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지난 19대 국회 당시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론이었다. 2015년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주도로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국민의당, 바른정당의 경우 지난 대선 당시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자유한국당 역시 아직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공식 당론으로 채택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한국당의 기본 기조가 시장경쟁체제를 존중하는 것”이라며 “한국당의 정보통신정책의 경우 제가 제시하는 내용이 많이 존중 받는 편이다”라며 자신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