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전체 실적에서 비정유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배터리와 화학 사업을 SK이노베이션의 대표 사업으로 내세우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과거 딥 체인지 2.0 방향으로 '안 하던 것을 새롭게 잘 하는 것'과 '잘하고 있는 것을 훨씬 더 잘하는 것'으로 제시한 바 있다.
◆ 배터리·화학 앞세워 정유 중심 사업 탈피
그러나 올해부터는 비정유사업에 힘을 주며 포트폴리오 재구축에 나섰다. 화학사업을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확대하기 위해 지난 2월 미국 다우케미칼의 에틸렌아크릴산(EAA) 사업 인수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3월에는 충남 서산에 위치한 배터리2공장의 생산설비 증설을 결정했다.
SK이노베이션이 올해 화학사업 고부가가치화, 전기차 배터리 등에 투입하기로 한 금액만 3조원대에 달한다.
여기에 올해 1분기 비정유부문의 영업이익이 창사 이후 최초로 전체의 55%를 차지하며 힘을 더했다.
이에 김 사장은 지난 5월 배터리와 화학사업을 중심으로 한 '펀더멘털 딥 체인지'를 공식화했다.
김 사장은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배터리 사업은 지금까지 조심스럽게 진행해왔지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투자하면서 성장을 만들어내겠다. 지금까지가 연습게임이면 지금부터는 본게임"이라며 "화학사업은 인수·합병(M&A)으로 고부가가치 포트폴리오를 흡수하고 중국 시장을 강화하는 쪽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안팎에서는 이번 배터리·화학사업 중심의 조직개편이 사업연도 중간에 시행한 사례를 찾기 힘든만큼 '딥 체인지 2.0' 추진에 대한 김 사장의 의지가 강력히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 끊임없는 혁신 시도…딥 체인지 2.0 선도
SK이노베이션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딥 체인지(근본적 변화)'를 주문한 이후 혁신을 앞세워 이를 가장 선도하는 계열사 중 하나로 꼽힌다.
최 회장은 경영일선에 복귀한 2015년 기업의 사업구조 혁신을 넘어 조직과 문화, 자산구조 등 전반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딥 체인지가 시급함을 언급하며 각 계열사의 비즈니스모델은 물론 조직·기업문화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을 요청한 바 있다.
당시 최 회장은 "글로벌 경영환경의 변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다면 서든데스(Sudden Death·돌연사)가 될 수 있다"며 "근본적 혁신(딥 체인지)의 방향성과 방법을 그려낼 설계능력을 갖춘 뒤 끈질기고 열정적이면서 자기희생적으로 임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 특성상 첨단 ICT 기술 융합이 어렵지만 업계 최초로 울산콤플렉스에 '스마트 플랜트' 구축에 나선 것은 딥 체인지 2.0 추진을 위한 혁신 사례에 해당한다. 첨단 ICT 기술을 융합해 인간의 오차를 줄임으로써 에너지·화학산업이 가지고 있는 한계에서 벗어나 기존의 스마트 팩토리에서 한 단계 진화한 스마트 플랜트(Smart Plant)를 지향하는 것이다.
또 최근에는 창사 이래 최초로 1500억원 규모의 중간배당 지급을 결정하며 주주환원 정책에 있어서도 변화를 시도했다.
SK이노베이션은 앞으로도 딥 체인지를 위한 혁신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김 사장은 "SK이노베이션이 추진하는 딥 체인지는 에너지·화학 중심의 포트폴리오 기반에 플러스알파를 갖추도록 하는 것"이라며 "현재의 딥 체인지도 새로운 딥 체인지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