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숙의 차이나 톡] 지금 중국은 밖보다 안에 공들이는 시기

2017-08-01 01:21
  • 글자크기 설정

[사진=아주경제 DB]

"Keep Calm and Carry On(평정심을 유지하고 하던 일을 계속하라)."

영국 정부가 제2차 세계 대전 발발 몇 개월 전인 1939년 대규모 공중 폭격이 예고된 가운데 영국 시민들에게 사기를 돋우기 위해 제작한 동기 부여 포스터다.

최근 상영한 영화 '덩케르크'는 '다이나모 작전(Operation Dynamo)'을 통해 덩케르크 해변에 고립돼 있던 영국 원정군과 프랑스군, 벨기에군 등 총 33만8226명을 영국으로 귀환시키는 내용을 담았다.

전시 상황 속에서도 영국군을 포함한 군인들을 구하러 민간어선을 타고 덩케르크 해안으로 온 영국민들의 침착함은 또 하나의 볼거리였다.

윈스턴 처칠과 영국 정보부가 내세운 이 포스터가 영국민의 평정심을 도왔던 것일까.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 후 한반도는 지난 4월 위기설 이후 최대 위기 국면에 처해 있는 듯하다.

당장 북한이 6차 핵실험과 ICBM급 미사일 추가발사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문재인 정부는 '베를린 구상'을 뒤로하고 한국군 독자적으로 핵·미사일 시설을 정밀타격하는 시나리오를 작성 중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북한이 지난달 28일 2차 시험발사한 '화성-14형' 은 지난 4일 첫 시험발사에 비해 더욱 진전된 능력을 과시했다.
 
1차 시험발사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응조치가 나오지 못한 상황에서 추가 발사가 이뤄진 만큼 국제사회의 대북공조에 한층 불이 붙을 것 같지만, 러시아와 중국 등이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자 긴급회의를 기대했던 기대감마저 사그라들고 있을 지경이다.

미국이 지난 28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대응을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했다는 언론 보도가 잘못된 것이라는 니키 헤일리 미국 유엔 대사의 수습은 중국이 나서지 않는 한 '별 뾰족한 수 없다'는 북한 문제의 현주소를 방증해 주고 있다.

'중국은 말만 할 뿐', '대화를 위한 시간은 끝났다'며 중국을 노골적으로 압박하는 미국과 여러 전쟁 시나리오를 구상하면서 말초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미국의 비아냥과 비난, 압박에도 중국은 왜 입을 닫고 있으며, 또 북·중 국경에서 가까운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미사일 시험발사를 한 북한을 중국은 왜 가만히 두고 보고 있는 것일까.

오는 10월 말로 예상되는 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19차 당대회)를 앞둔 중국으로선 이런 무응답·무반응이 답이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둘러싸고 연일 우리에게 벌였던 '보복'전이 주춤해지는 등 '사드 배치 반대와 우려'라는 입장도 전 정부 때와 비교해 진일보된 것은 없다.

하지만 미국의 대북 세컨더리 보이콧(제재 대상 국가와 거래한 제3국 기업들을 일괄 제재하는 것)과 같은 한층 강화된 중국 겨냥 정책에는 전면적 대결을 예고하는 등 반발수위를 높이고 있다. 앞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표면적으로라도 공조의 입장을 내놨던 중국이다.

당대회를 앞두고 '엄격한 당 관리', '강한 중국'의 재정비를 해야 할 중국으로선 현재 '밖보다 '안'에 공을 들이는 시기란 것이다. 

당대회를 앞두고 지난 30일 네이멍구 주르허 훈련 기지에서 열린 열병식에 군복을 입고 등장한 시진핑 중국국가 주석은 앞서 26~27일 베이징에서 열린 간부 세미나에 참석해 "종엄치당(從嚴治黨·엄격한 당 관리)은 언제나 진행 중인 과제가 될 것"이라며 "정당이나 정권의 미래는 궁극적으로 인민이 편을 들거나 등을 돌리는 데 따라 결정된다"며 공산당 지도력의 변함없는 고수 및 개선을 촉구했다.

중국은 당장, 북한의 도발을 막고, 압박하는 미국에 화답하고, 사드 배치로 반발하는 한국과 더불어 한·중정상회담까지의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에 앞서 '강한 중국'을 재정비하기 위해선 특히 미국에 굴하는 약한 모습은 금기사항이다.

즉, 지금 중국으로선 국제사회의 이슈는 관심 밖이며 미국에 호응할리는 만무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메시지는 안타깝게도 지금은 '때'가 아닌 것이다.

실제 정부 고위 당국자는 "현 정부 들어 우리에 대한 중국의 발언수위나 태도가 이전에 비해 달라진 것은 없다"며 "우리 정부로서도 당대회 이전에 중국에 어떤 시그널을 보여봐야 허사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중국이 합의할 수 있는 국제 공조 수준을 어떤 정도 수준까지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인데, 당대회가 끝날 때까지 물밑 교섭을 진행하면서 다시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평정심을 유지하고 기다려야 한다. 적어도 가을까지는 말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