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트장처럼 껍데기만 바꾸는 도시의 변화는 우리의 삶을 보듬지 못합니다.”
전 세계 건축인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세계건축대회가 올해 한국에서 개최된다. 오는 9월 3일부터 10일까지 일주일 동안 열리는 ‘UIA 2017 서울 세계건축대회’를 한 달 앞두고 지난 27일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에서 열린 사전 행사에서 배병길 한국건축단체연합(FIKA) 회장은 이번 대회가 건축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제건축연맹(UIA)과 서울시, FIKA의 주최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는 강연회와 전시회, 시상식 외에도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거리가 마련된다.
9월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개회식을 시작으로 박원순 서울시장과 위니 마스, 하니 라쉬드 등 유명 건축가들의 강연도 진행된다. 2014년 제14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건축가 조민석과 패트릭 슈마커 ‘자하 하디드 건축’ 소장도 강연을 통해 건축에 대해 논할 예정이다. 이어지는 포럼에는 건축가 승효상과 정영균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도 참여한다.
특히 한종률 조직위원장은 이번 세계건축대회에선 이소진, 이정훈, 문훈 등 젊은 건축가 10여명을 선정해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건축의 미래를 생각하는 시간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젊은 건축인들을 위한 전시와 국제공모전도 함께 진행된다.
배 회장은 이번 세계건축대회가 건축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길 바라고 있다. 그는 “건축은 언어를 넘어 표현하는 조형 예술이자 공간 예술”이라며 “건축을 단순히 건설이 아닌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문화로 인식했을 때 우리의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역설했다. 그는 행사가 끝난 뒤에도 무엇을 깨달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토론회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세계건축대회의 주제는 ‘도시의 혼’이다. 배 회장은 “사람의 삶과 죽음은 도시에서 일어난다. 도시는 인간의 탄생지이자 화장터가 되어가고 있다”며 “도시가 갖고 있는 흔적과 기억, 도시의 각 장소에서 일어난 수 많은 사건들이 축적된 것이 도시”라고 주제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도시는 인간의 활동 무대이며, 좋은 건축은 한 사람의 삶까지도 바꿀 수 있다”며 “행사 속에 무엇을 담아 그것을 어떻게 시민들에게 전달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 회장은 최근 업계의 화두인 도시재생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도시재생은 단순한 물리적 건축이나 환경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바꾸는 것”이라며 “젠트리피케이션 등 도시재생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요소를 건축가가 끌어안고 문제를 조율해나갈 수 있도록 콘셉트를 만들고 디자인하는 것이 건축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