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미션(연극, 영화, 공연 중간에 갖는 휴식시간) 동안 마침 빈 옆 자리로 고양이 분장을 한 배우가 다가왔다. 가까이서 보니 분장이 매우 섬세하게 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빤히 눈싸움을 하던 고양이는 여느 평범한 고양이와 달리 자리를 쉽게 뜨지 않았다. 머리를 만져주니 그제야 냉큼 무대로 돌아갔다.
뮤지컬 ‘캣츠’ 내한공연이 10년 만에 국립극장으로 돌아왔다. 2007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두 달여 동안 좌석 점유율 100%를 기록했을 정도로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캣츠’는 올해 공연에서 새로워진 모습으로 다시 한 번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캣츠’는 젤리클 캣을 뽑는 고양이들의 하룻밤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기서 젤리클 캣은 인간에게 사육되지 않는, 어떤 역경에도 굴복하지 않는 강인하고 순수한 고양이에게 부여되는 칭호다. 어쩌면 고양이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목표와 같은 것이다.
‘캣츠’의 가장 큰 특징은 전체적인 이야기를 관통하는 서사적 구조가 없다는 점이다. 원작인 T.S 엘리엇의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가 그랬듯 여러 종류의 고양이들을 하나씩 소개하며 개별적인 캐릭터를 관객에게 보여준다.
사회자 고양이, 도둑 고양이, 선지자 고양이, 부자 고양이, 정의로운 고양이, 악당 고양이 등 종류도 천태만상이다. 고양이 무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인간 사회의 한 단면을 묘사하고 있다는 관점도 그러한 이유에서 나왔다.
뮤지컬이지만 발레, 오페라와 같은 타 장르의 요소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것도 ‘캣츠’의 매력이다. 고양이의 유연성을 표현하면서 나오는 아크로바틱한 동작과 탭 댄스, 아름다운 오페라 아리아를 느낄 수 있는 넘버들은 또 다른 즐길 거리다.
1981년 영국 웨스트 엔드에서 뮤지컬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최고의 제작자 카메론 매킨토시가 뭉쳐 초연했던 ‘캣츠’는 2002년까지 공연한 후 2014년 리바이벌(오래된 영화나 연극, 유행가 따위를 다시 상영하거나 공연하는 것) 됐다.
무엇보다 달라진 점은 외모적인 변화다. ‘캣츠’의 대표 넘버 ‘메모리’의 주인공 그리자벨라는 부드러워진 가발과 눈매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가미했고, 악당 고양이 맥캐버티는 번개를 연상케 하는 털과 길어진 발톱 등으로 카리스마를 더했다.
동화적인 요소가 강하게 느껴지는 것도 ‘캣츠’의 특징인데, 실제로 다른 어느 공연에서보다 어린이 관객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신비로운 분위기와 함께 익살스러운 고양이 배우들의 연기는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풍부하게 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명작은 명작이다. 배우들의 실감 나는 고양이 묘사부터 가창력, 감동적인 넘버, 개성 있는 무대까지 어느 하나 빠질 것 없는 공연이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듯하다. 공연은 오는 9월 10일까지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