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조선소 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큰폭 감소했다는 것은 지난 9년여의 경기 불황기간 동안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업종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중후장대형 산업 가운데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조선소는 수만 명의 본사·협력사 임직원과 가족은 물론 조선소 주변 상가와 식당, 은행 등 금융권이 모두 조선소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수십~수백만 인구가 모여사는 지역 도시 하나를 먹여 살리는 대표 산업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객관화하긴 어렵지만 조선소에 속한 본사 직원 수를 대략 3000명으로 잡아도 67만여 명의 직원이 일터를 떠났다고 볼 수 있다"며 "이해관계자들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클락슨리포트 통계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조선소들의 폐업은 더 심각할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2003년 74곳에 달했던 국내 조선소 수는 2015년 말 현재 47곳으로 27곳이나 줄었다. 이들은 모두 소형 조선소였다. 중·대형 조선소는 9개로 변함이 없었다. 여기에 협회에 등록되지 않은 중소업체들까지 포함시킬 경우 폐업한 조선소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만 수주잔량 기준 세계시장 점유율 하락
조선업계가 혹독한 구조조정을 통해 과잉설비를 줄이고 있다면 그 효과가 남은 기업들의 수주 확대로 이어져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클락슨리포트에 따르면 2008년 12월말 기준 전 세계 조선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수주잔량은 1만1419척·2억8556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였다. 올해 6월말에는 3140척·7609CGT로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2004년 5월(3789척·7419CGT)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여기에 수주시장을 사실상 석권하고 있는 한·중·일 3국 가운데 한국은 상대적으로 경쟁 열위 상황에 놓여있다. 수주잔량 기준 3국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008년 12월말 중국 34.1%(4629척·7109만GCT), 한국 32.3%(2304척·6726만CGT), 일본 18.1%(1896척·3777만CGT)로 총 84.5%였다.
올해 6월말에는 중국 34.1%(1367척·2594만CGT), 한국 22.6%(397척·1721CGT), 일본 22.1%(663척·1683CGT)로 총 78.8%였다. 중국은 제자리, 일본은 상승한 반면 한국은 9.0%포인트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그나마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 덕분에 한국 조선업 비중 축소를 둔화시킬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 상선 수주시장에서 상위 4개사가 수주량의 25%를 차지하고 있으며, 조선 빅3는 이 순위를 지켜왔다. 매년 한국이 수주한 선박의 대부분도 조선 '빅3'의 비중이 절대다수를 차지했는데, STX조선해양에 이어 성동조선해양 등이 정상화 작업으로 수주 영업에 차질을 빚으면서 '빅3'로의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중·일과 같은 수준의 조선업 지원 절실"
조선업계는 과잉 설비투자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 만큼 중국과 일본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업체별 인수·합병(M&A) △자금지원 중단 등을 통한 좀비 조선소 퇴출 △글로벌 선사들을 향한 과도한 헐값 수주 자제 △자국 기업에 유리한 금융지원 지양 등을 통해 수·발주 시장에서 업체간 자율 경쟁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우리 정부가 중국, 일본과 같은 수준의 조선업 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대형조선사의 한 임원은 "국가 경제 차원에서도 중소 조선사들이 지탱해줘야 한국 '빅3' 업체를 에 추격해오는 해외 업체들과의 경쟁구도를 완화시킬 수 있다”면서 “국내 조선업계가 앞으로 불황 이후에 찾아올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