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군 폭력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군 폭력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징병제’에서 ‘모병제’로의 전환이 과연 제2의 22사단 일병 자살 사건을 막을 군 폭력 문제의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는지 긴급 점검했다.
결론적으로 전문가들은 ‘모병제’가 제2의 22사단 일병 자살 사건을 막을 군 폭력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모병제 하에서도 군인들이 모여 군 복무를 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군 폭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군대보다 본인이 원하는 대로 그만 두거나 옮기기 쉬운 학교나 직장에서도 22사단 일병 자살 사건 이상의 폭력이 자행되는 경우가 있는 것도 모병제가 군 폭력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에 힘을 싣고 있다.
군 폭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폭력에 대한 잘못된 인식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군 폭력뿐만 아니라 데이트 폭력, 학교 폭력, 성폭력 등 현재 사회문제가 된 폭력 모두 약자에게 가해지는 폭력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런 폭력이 발생하면 ‘당하는 사람에게도 문제가 있었다’는 식의 왜곡된 인식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군인권센터 방혜린 간사는 20일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군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병력을 줄이고 모병제로 전환하는 것이 대책으로 제시되지만 모병제는 군 폭력의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이번 22사단 일병 자살 사건에서 군은 피해 병사를 배려병사로 지정하고도 가해자와 분리조차 하지 않았고 은폐하는 데에 급급했다. 모병제 하에서도 군인들은 군 복무를 해야 한다. 22사단과 같은 상황에선 모병제 하에서도 군 폭력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군 폭력이나 학교 폭력, 데이트 폭력, 성폭력 모두 약자에게 가하는 폭력이라는 같은 메커니즘에서 자행된다”며 “근본적으로 ‘약자에게는 폭력을 가해도 되고 폭력을 당하는 약자에게도 문제가 있었다’는 식의 잘못된 사회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민우회의 한 관계자는 “피해 여성이 장기간 지속적으로 데이트 폭력 등을 당하다 보면 피해 여성은 무기력해져 ‘이것은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가 태도를 고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며 “피해 여성에게도 문제가 있었다는 사회적 편견이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군인권센터는 20일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있은 기자회견에서 “지난 7월 19일 16시, 육군 제22사단에서 선임병으로부터 구타, 가혹행위를 당해온 K일병이 국군수도병원 외진 중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며 “부대는 이미 7월 14일에 K일병과의 고충 상담을 통해 피해 사실을 확인하였고, 7월 18일에는 ‘배려병사’로 지정까지 해 놓고도 가해자들과 분리조차 시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K일병은 2017년 4월에 부대로 전입 온 이후 지속적으로 선임병 수 명의 폭언, 욕설, 폭행에 시달렸다. 훈련 중에 임무에 미숙하다는 이유로 폭언, 욕설을 듣거나, 갑작스럽게 ‘개새끼’라며 욕을 먹기도 하였고, 멱살을 잡힌 적도 있었다”며 “K일병은 훈련 중 부상으로 앞니가 빠진 상태였는데 선임병들은 이를 놀리며 ‘강냉이 하나 더 뽑히고 싶냐? 하나 더 뽑히면 부모님이 얼마나 슬퍼하겠냐?’라고 폭언을 하기도 하였다. 불침번 근무 중에는 목을 만지고 얼굴을 밀착해 쳐다보며 “왜 대답을 안 하냐?”고 희롱, 괴롭힌 적도 있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