쑨정차이 충칭시 서기 낙마 이후… 굳어지는 시진핑 '1인체제'

2017-07-2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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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주자 순정차이, 구금상태서 기율위 조사…후임에 시진핑 핵심측근 천민얼 임명

충칭시 정부, 발빠르게 '충성' 맹세… 中당국, 19차 당대회 앞두고 검열 강화

 

후춘화(胡春華) 광둥성 서기와 함께 '포스트 시진핑(習近平)시대'의 투톱 중 한명인 쑨정차이(孫政才) 전 충칭(重慶) 서기가 낙마하면서 중국의 차기권력 판세에 변수가 발생했다.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의 한명인 쑨정차이가 지난 15일 '엄중한 기율위반' 혐의를 받아 충칭시 서기직을 잃게 됐다. 빈자리에는 시 주석의 핵심 측근인 천민얼(陳敏爾) 구이저우(貴州) 성 서기가 후임으로 기용됐다.

미국의 중문 인터넷매체 신당인(新唐人)은 홍콩 소식통을 인용해 쑨정차이가 중앙기율검사위원회로부터 쌍규(雙規·기율당국이 비리 혐의 당원을 정식 형사 입건 전 구금 상태로 조사하는 것)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

중국 국영 통신사인 신화사를 비롯한 중국 매체들은 쑨정차이가 낙마하고 천민얼이 임명됐다고만 짧게 보도했다. 이로써 쑨정차이는 차기 대권 레이스에서 완전히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1963년생으로 후춘화와 동갑인 쑨정차이는 5년 전인 18차 당 대회에서 49세의 나이로 정치국에 입성한 최연소 정치 스타다. 올 당대회에서 상무위원에 진입한다면, 2023년에 차기 국가주석·총리 자리에 오르게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쑨정차이는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를 3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끝내 낙마하고 말았다.

중앙기율위 순시조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충칭시에 대한 순시활동을 벌이고 충칭시가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와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 부시장의 사상적 해악을 철저하게 없애지 못했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쑨정차이는 순시조의 지적 내용에 대해 자아비판까지 한 것으로 전해져 쑨정차이의 실각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쑨정차이의 실각에 충칭시 정부 역시 발 빠르게 움직이며 살길을 모색했다. 충칭 시정부는 쑨정차이가 낙마한지 사흘 만에 시 주석에 대한 충성 맹세를 해 눈길을 끌었다.

현지의 충칭일보(重慶日報)에 따르면 전날 열린 충칭시 당조직 확대회의에서 장궈칭(張國淸) 충칭시장은 "이번 인사 조정은 당 중앙의 충칭시에 대한 높은 관심과 배려를 잘 보여준다"면서 "시 주석의 충칭시 현안에 대한 지시와 정신을 잘 학습해 당 중앙의 결정에 결연히 따르겠다"고 밝혔다. 시 지도부는 또 천민얼의 임명에 대해서는 온 힘을 다해 천민얼을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충칭시 정부의 대처는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정권 개혁의 칼날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충칭시 정부는 시 주석 취임 초 최대 정적으로 꼽혔던 보시라이 부정부패 사건의 진원지로써 사건 이후 '정치적 무덤'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천민얼이 충칭시로 이동하면서 공석이 된 구이저우 서기 자리에는 쑨즈강(孫志剛) 구이저우 성장이 승진 임명됐다. 쑨즈강은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최고령자인 위정성(兪正聲)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을 보좌했던 인물로 이번 인사를 통해 시 주석의 인정을 받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 위정성은 중국의 개혁개방을 설계한 덩샤오핑(鄧小平) 일가의 정치적 대변인으로 통하기 때문에 '시진핑·후진타오(胡錦濤) 연맹'의 결과물로 풀이되기도 한다.

이로써 시 주석이 충칭과 구이저우 서기들을 아우르며 중국이 '시진핑 1인체제'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中당국, 19차 당대회 앞두고 검열 강화… 부패사령탑 왕치산 "반부패 순시 강화"

중국의 주요 매체들도 일제히 올 가을 열리는 19차 당대회 분위기 조성과 함께 여론 단속에 나섰다.

쑨정차이 실각설과 반체제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 사망 등을 둘러싼 정치적 불안요인을 차단하고 시 주석 비판에 대한 적극적 검열에 나선 것이다.

차세대 주자로 각광받아온 쑨정차이의 낙마 보도가 19차 당대회를 준비하는 시점에 흘러나오자, 정치국 상무위원이기도 한 중국 정가의 실세 왕치산(王岐山)당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는 장문의 인민일보 기고문을 통해 엄정한 기율 확립을 강조했다.

왕치산은 지난 17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직접 '순시, 중국 공산당 민주 감독체계의 우월 보여줬다'라는 제하의 문장을 기고하고 "순시가 반부패 사정작업과 종엄치당(從嚴治黨·엄격한 당 관리)의 날카로운 검으로 모두를 대상으로 영원이 계속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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