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위수 기자 = 플랫폼사업으로 영토를 확장 중인 SK텔레콤이 SM엔터테인먼트와 협력관계를 강화하며 신사업 개척에 나섰다. 플랫폼에 콘텐츠를 더해 가입자를 붙잡는 '락인(Lock-In)' 효과를 노린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SM엔터테인먼트는 자회사 간의 상호증자 및 지분양수도를 통해 제휴관계를 강화했다. 양사는 이번 협약으로 인프라를 공유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SK텔레콤과 SM엔터테인먼트의 ‘빅딜’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적절하게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콘텐츠 제작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SK텔레콤과 협력하면 콘텐츠를 유통시킬 수 있는 채널을 다양화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 있다. 또한 SK텔레콤이 보유한 정보통신기술(ICT) 역량을 통해 콘텐츠의 고도화를 이뤄낼 수도 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콘텐츠가 없는 플랫폼에는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며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락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플랫폼으로의 가치를 획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통신사의 엔지니어적 접근과 콘텐츠 사업자의 창조적인 시각이 맞물리면 새로운 융합산업을 만들 가능성도 열린다”며 “해외에는 이런 사례들이 다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미국 통신사들은 콘텐츠기업을 인수하는 등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미국 2위 통신사 AT&T는 타임워너를 854억 달러(약 96조원)에 인수했다. 타임워너는 산하에 영화 제작사 워너브러더스, 타임출판사, 유료 케이블방송 HBO, 뉴스채널 CNN 등을 두고 있는 종합미디어그룹이다. 이를 통해 업계 1위로 올라서겠다는 게 목표다.
지난해 10월 랜들 스티븐슨 AT&T 최고경영자(CEO)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타임워너의 다양한 콘텐츠는 위축되고 있는 통신과 방송을 살려 전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AT&T 외에도 케이블TV, 인터넷‧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디어기업 컴캐스트는 2013년 NBC 유니버설을 인수했으며, 미국 통신업체 버라이즌은 2015년 허핑턴포스트, 테크크런치, 엔가젯 등을 소유한 콘텐츠 기업 AOL(American Online)을 인수한 데 이어 인터넷 포털사이트 야후까지 인수했다. 최근에는 버라이즌이 디즈니를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시장에 퍼지고 있다.
국내 플랫폼 기업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3월 YG엔터테인먼트에 총 1000억원을 투자했으며, 카카오는 지난해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콘텐츠 확보에 힘이 실린 만큼 포화상태인 통신시장을 넘어 새로운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병태 KAIST IT경영대학 교수는 “국내에서 가장 큰 콘텐츠 제작 능력을 보유한 SM엔터테인먼트와 유통망‧기술‧인프라‧자본‧그룹신 뢰도를 갖춘 SK텔레콤이 만난 만큼, 어떤 협업을 펼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시너지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