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희·윤정훈·김지윤 기자 =문재인 정부가 민간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이용섭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일자리 관련 간담회를 잇따라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일자리 창출을 주문하고 나선 것.
이에 대해 기업들은 전 세계 보호무역주의의 확산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정부의 일자리 창출 등 각종 정책까지 쏟아지자 난처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기아차, LG디스플레이, 이마트, 롯데쇼핑, 삼성디스플레이 KT, SK하이닉스 등 상위 10대 대기업과 마이다스아이티, 마크로젠, 오이솔루션, 에어포르덕츠 코리아, 서울에프엔비 등 상위 5대 중소기업 대표들이 참석했다.
이 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오늘 소속 근로자 수가 가장 많은 대기업 대표들이 함께해 주셨다"며 "그동안은 자산 총액이 대기업을 규정하는 기준이었지만 앞으로는 일자리 창출기여도에 따른 기준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하반기 신규채용을 최대한 늘려 사회적 책임을 다해달라”며 “일자리 정책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부위원장은 "우리 경제의 틀과 체질을 일자리 중심 구조로 재설계하고 있다"며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기업에 조세, 예산, 조달, 포상 등 각종 인센티브가 돌아가도록 제도·시스템을 혁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그는 지난 10일에도 대한상의에서 기업인 300여명을 대상으로 '새 정부 일자리정책 방향'을 주제로 강연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박용만 회장 등 대한상의 회장단과 간담회를 갖는 등 기업인들도 잇따라 회동하고 있다.
이같이 정부가 일자리 정책에 그 어느 때보다 큰 관심을 쏟는 이유는 당장 고용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2021년 25∼29세 청년 실업자만 13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청년 일자리가 확대되지 않으면 청년층 미취업 규모는 2018년 115만8000명, 2019년 124만1000명, 2020년 129만6000명, 2021년 134만1000명으로 늘어난다.
기업들은 일단 정부의 요구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18일 정책간담회를 마치고 국내 재계를 대표해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신정부가 추진하는 일자리 창출을 통해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기업인들이 많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과, 정치·사회의 불안정으로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많아 여러 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우리나라 기업도 예외는 아닌 것 같은데 그래서 신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많은 공감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정부 주도의 민간기업 일자리 창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보호무역주의 대두, 미국의 금리인상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정부의 정책대로만 움직인다면 결국 모두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정부가 지금처럼 일자리 창출을 강요할 게 아니라 기업들이 정해진 법규 내에서 최대한 자유롭게 경영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정근 건국대 정보통신대학원교수(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는 “투자환경의 개선 없이 일자리 창출 등 정부의 요구만 다양해진다면 기업들은 결국 국내 시장을 등지게 될 것”이라며 “기업이 투자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정부가 우선하고 있는 일자리가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