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제공 = 씨에이치수박, 저작권자로부터 이미지 사용 허락을 받음]
요즈음 세상이 보기엔 부족한 스펙 때문에 마이너 인생을 강요하는 현실 속에 사는 마이너리그 청춘들의 성장로맨스를 담은 드라마 '쌈, 마이웨이' 가 수많은 20대에게 격한 공감을 사며 인기를 얻고 있다. 현재 드라마 부분에 마이너 청춘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쌈, 마이웨이'가 존재한다면, 뮤지컬에는 각박한 사회를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입장을 대변한 작품 '빨래'가 존재한다.
뮤지컬 빨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작품으로 출발하여 가능성을 인정받아 2005년 국립극장 별오름 극장에서 상업 작품으로 정식 초연한 작품. 2012년부터는 국내 중·고교 국어 교과서에 작품 대본이 실릴 정도로 작품성이 뛰어나다.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회생활을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공감을 사며 성황리에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빨래'. 작품이 지닌 매력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이미지 제공=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나의 꿈 닳아서 지워진 지 오래, 잃어버린 꿈 어디 어느 방에 두고 왔는지... 기억이 안 나요"
위 가사는 1막의 오프닝넘버인 '서울살이 몇 핸가요?'에서 나영이 읊는 가사이다. 이 한 줄만 읽어도 충분히 공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빨래>의 줄거리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면 나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쉽게 겪을 수 있을 만한 줄거리로 진행되기 때문에 관객들이 작품을 관람하면서 공감을 하고 위로를 얻어 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빨래>는 몽골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 '솔롱고'와 꿈을 이루기 위해 서울로 상경한 강원도 토박이 '나영', 그리고 두 사람의 주변 인물들이 겪는 고된 서울살이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나영이 서점에서 일하며 갑질을 당하는 장면, 솔롱고와 그의 외국인 노동자 친구인 마이클이 '불법 사람'이라고 손가락질 받으며 무시당하고 월급을 제때 받지 못하는 장면 등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일이거나 심지어는 본인 역시겪었을지도 모를 부분들을 보며 관객들이 공감을 하고 눈물을 쏟는 광경을 극장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극 중 모든 등장인물들의 공통점을 언급하자면 모두가 각자 나름의 '아픔'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희정 엄마는 그 누구보다 씩씩하게 살아가는 것 같지만, 지극히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도 자신의 인생이 걱정되어 같이 살 수 없는 현실에 부딪혀 애인인 구씨와 매일 밤마다 싸움을 하고, 주인할매 역시 사지 절단에 뇌성마비를 앓는 딸을 40년 동안이나 힘겹게 돌보며 힘겨움을 겪고 있다. 이처럼 각자 마음속에 남모를 아픔을 껴안은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다 보면 '나도 이 정도 힘든 것 가지고 포기하면 안 되겠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큰 힘을 얻게 되기도 한다.
[이미지 제공=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좌측부터 나영 역의 박지연 배우, 솔롱고 역의 조상웅 배우
[이미지 제공=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슬플 땐 빨래를 해' 앵콜로 끝을 맺는 커튼콜
2. 주옥같은 넘버, 그리고 가사
<빨래>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넘버가 있다. 뮤지컬 배우 홍광호 버전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 '참 예뻐요'이다. 탤런트 남상미가 영화 '슬로우 비디오'의 OST로도 불러서 대중들에게 더 많이 알려지게 되었는데, 필자는 개인적으로 <빨래>에서 가장 좋은 넘버를 꼽자면 '참 예뻐요'보다는 '서울살이 몇 핸가요?'를 꼽고 싶다. 작품의 오프닝과 엔딩을 장식하는 이 넘버는 "서울살이 몇 핸가요? 언제 어디서 왜 여기 왔는지 기억하나요?"라고 묻고서 오프닝 때는 각 인물들이 서울살이를 하며 겪었던 우여곡절을 얘기하면서 노래가 진행되기 때문에 밝은 넘버의 분위기와 대조되는 착잡한 가사가 나열된다면, 엔딩 때는 넘버의 분위기와 딱 들어맞는 희망찬 가사로 극을 끝맺는다. 엔딩에서 부르는 '서울살이 몇 핸가요?' 에서는 각자의 앞날을 응원하고 서로 힘내자는 내용이기 때문에 굉장히 큰 힘을 얻어 가는 부분이다.
뮤지컬 빨래는 현재 대학로에 위치한 동양예술극장 1관에서 19차 프로덕션 공연을 진행 중이며, 2017년 11월 26일 막을 내린다.
글=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오희연 기자(아주경제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