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예고된 결론이었다. 정국을 휘감았던 국민의당 대선 조작 게이트는 당원 이유미씨의 단독 범행으로 잠정 결론이 났다.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의 특혜 채용 녹음파일 조작 사건을 조사한 국민의당 진상조사단(단장 김관영 의원)은 3일 관련자 13명을 조사했지만 5·9 장미 대선 후보였던 안철수 전 상임 공동대표뿐 아니라 당시 당을 이끌었던 박지원 전 대표에 대해서도 “관여나 인지의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공모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진상조사단을 구성한 지 6일 만에 내린 결론이 사실상 ‘꼬리 자르기’에 그친 셈이다.
◆예고된 결론 “李 단독범행··· 安·朴과 친분 높지 않아”
국민의당 진상조사단의 결론은 ‘당원 이씨 제보 조작 시인, 안 전 대표 등 윗선 개입 인지 증거 발견 못 함’으로 요약된다. 당의 진상조사단장인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안 전 대표가 이 사건에 관여·인지했거나 조작된 사실을 보여줄 어떤 증거나 진술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진상조사단은 강제 수사권이 없는 데다, 구속수사 중인 이씨에 대한 조사 자체를 못하면서 최종 결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상조사단의 조사 과정은 이랬다. 김 의원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검찰 출석 통보를 받은 이씨는 이틀 전인 24일 전후 대선 당시 공명선거추진단장이었던 이용주 의원에게 조작 일체를 시인했다. 당이 준용씨의 녹음 파일 조작을 인지한 최초의 시점이다.
이후 5자 회동이 열렸다. 이 의원은 다음 날인 25일 이씨를 비롯해 공명선거추진단 ‘김성호 수석부단장·김인원 부단장’, 이준서 전 최고위원 등과 회동하고 사건의 구체적인 경위를 점검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이 전 최고위원의 압박에 못 이겨서 증거를 조작했다고 시인했다. 앞서 이 전 최고위원은 준용씨가 다니던 미국 파슨스 디자인스쿨에 지인이 있다고 말한 이씨에게 지난 4월 말부터 정보수집을 요청했다. 이후 이씨는 파슨스 출신 김익순에게 전해 들었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신저 캡처 화면은 물론, 남동생을 동원해 음성파일까지 조작했다.
그러나 이 전 최고위원이 이씨에게 조작을 지시한 적은 없다. 이씨 스스로 심리적 부담을 받아 증거를 조작했다는 얘기다. 이 전 최고위원이 대선 직전인 지난달 8일께 인지했는지 여부는 검찰 조사로 공을 넘겼다.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安 “국민과 당에 정말 죄송”··· 리더십 비판 불가피
또한 진상조사단은 안철수·박지원 전 대표 등 관련자 13명을 대면 및 전화 조사했지만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는 없었다.
특히 안 전 대표는 대선 직전인 지난달 5일 해당 보고가 나가기 전까지 관련 내용을 보고받지 못했다. 김 의원은 “안 전 대표의 휴대전화로 이씨나 이 전 최고위원이 5월 5일 이전 (관련 내용의) 문자메시지 내용을 전송한 것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씨의 구명 문자 논란도 의혹으로 끝났다. 이씨가 안 전 대표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시각은 지난달 25일 오전 7시 3분경이다. 안 전 대표가 이용주 의원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시간은 2시간을 훌쩍 넘은 오전 9시 47분이다. 이씨가 최근 1년 동안 안 전 대표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는 지난해 3월과 올해 2월 등 두 차례다. 김 의원은 “두 번 다 안 전 대표는 답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이 전 최고위원의 세 차례 문자메시지도 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가 이 전 최고위원으로부터 보고받은 시점은 지난달 1일경이다. 당시 양자는 한 차례 통화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아니라, 이 전 최고위원이 “바이버(메신저 앱) 통해 자료를 보냈으니 확인해 보라”는 간단한 내용이었다. 이후 양자는 어떠한 통화나 문자도 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안 전 대표와 박 전 대표, 이 전 최고위원이 사건을 공모할 만큼 친분이 높다고 판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간 침묵하던 안 전 대표는 이날 김 의원을 통해 “국민과 당에 정말 죄송한 일이 발생했다. 검찰에서 하나도 남김없이 철저하게 진상이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몸 사리고 발을 빼는 모습을 보면 ‘안철수스럽다’라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며 “책임질 것은 책임지는 게 지도자 모습”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