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중국·홍콩, 20년간 ‘동상이몽’…‘일국양제’ 실험은 아직도 진행형

2017-06-2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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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홍콩의 ‘마음의 반환’ 원해

홍콩인들은 중국에 ‘비판적 애국’

양제, 새 관계 정립이 남은 숙제

[장정아 인천대 중국학과 교수(중국・화교문화연구소장)]

장정아 인천대 중국학과 교수(중국・화교문화연구소장)

“일국양제(一國兩制), 20년 동안 속았다. 민주자치, 홍콩을 되찾자.”

홍콩의 중국반환 20주년인 올해 7월 1일 반환기념일에 50여개 단체가 함께 하는 대규모 항의행진의 슬로건이다.

애초의 문구는 ‘중공 지도자는 홍콩에서 떠나라’였는데, 홍콩 독립 주장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강한 반대가 제기돼 진통 끝에 나온 타협안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단체는 반환 후 처음으로 행진에 불참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문도 예정돼 있고 새 홍콩 행정수반의 취임날이기도 하지만, 홍콩인들은 올해 어느 때보다도 긴장과 암울함 속에서 반환기념일을 맞고 있다.

한 독립파 정당은 반환기념일을 두고 “세기의 굴욕을 상징하는 날”이라며 “반환 후 중국에게 당한 식민지배를 잊지 말자”고 호소했다.

영국으로부터 ‘식민 굴욕’을 끝내고 홍콩을 되찾은 ‘조국’인 중국을 향해 홍콩인들은 바로 그 조국이 ‘식민 굴욕’을 안겨줬다며 홍콩을 다시 찾겠다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반환 20주년을 맞는 홍콩인들의 복잡한 심리적 상태를 잘 보여준다. 작년 여론조사에서 홍콩의 독립 지지율이 17%였다. 이 가운데 15~24세 연령층에서는 역대 최고인 39%의 독립 지지율이 나타나 중국뿐만 아니라 홍콩 내에 큰 충격을 안겨줬었다.

또한 역사상 최초로 홍콩의 독립을 요구하는 1000여명 규모의 대형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중국 지도부는 영국 식민주의 ‘세뇌’가 몇 대에 걸쳐 사라지지 않고 있다며 강한 우려를 표했고, 애국교육을 어릴 때부터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올해 6월 여론조사에서 바로 그 젊은층의 독립 지지율이 1년 사이에 39%에서 15%까지 떨어졌다. 전체 응답자의 독립 지지율도 11%로 ‘중국의 전면적 관리통치’에 대한 지지율(14.7%)보다 낮았다.

1960년대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영국과 중국 모두로부터의 독립 지지율이 12%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50여년 동안 ‘홍콩 독립’을 원하는 지지자들이 수치적으로는 크게 높아지지 않은 셈이다.

최근 조사들에서 홍콩이나 중국 정부에 대한 홍콩인의 신임과 불신임의 비율은 거의 비슷하다.

이런 홍콩에 대해 반중(反中) 정서와 독립 요구만 부각시켜 바라보는 것은 지극히 표면적인 시각에 불과하다.

[출처=존 창 선거유세 동영상 캡처]

올해 3월 있었던 행정수반 선거는 홍콩인의 복합적 정서를 드러냈다. 결국 소수 선거인단의 선거로 치러진 이른바 ‘체육관 선거’에서 중국 중앙정부의 지지를 받은 캐리 람(林鄭月娥)이 당선됐지만,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했던 후보는 중도적 이미지의 존 창(曾俊華)이었다.

대중적인 열광은 존 창 본인도 놀랄 정도였다. 지지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당신의 승리가 곧 홍콩의 승리”라고 외쳤다.

그 열광은 무엇을 향한 것이었는가. 주목할만한 사실은 존 창은 단 한 번도 중국에 반대한다고 얘기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존 창은 “개방적이고 포용하며 조화로운 홍콩, 공존하며 단결하는 홍콩을 만들겠다. 그것이 우리가 기억하는 진정한 홍콩이다”라고 강조했을 뿐이다.

그의 구호는 영국 정부가 1970년대부터 만들어온 홍콩의 이미지 그대로였다. 즉, 홍콩인들이 그토록 갈구하는 ‘진정한 홍콩’에서 핵심은 중국에 대항하는 홍콩이 아니라 갈등과 분열이 없는 홍콩이었고, 혁명도시 홍콩이 아니라 안거낙업(安居樂業)의 홍콩이었다.

선거기간 필자가 만난 홍콩인들 중에는 놀랍게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이가 많았다.

“젊은이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비록 현재 홍콩은 중국의 조그만 한 지역에 불과하고 학교에선 ‘중국 없이는 홍콩도 없다’고 배우지만, 한때 홍콩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중국의 발전도 처음엔 홍콩이 이끌었다. 우리에게도 빛나던 시절이 있었고 어쩌면 우린 다시 그렇게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정서가 바로 존 창에 대한 지지의 핵심이었다.

슬프게도 ‘조국’ 중국은 홍콩인에게 애국심의 대상이기보다는 두려운 통치자로 인식되고 있다.

반환 후 홍콩으로 온 중국 본토 이주민만 해도 150만명이 넘는다는 통계도 나온다. 홍콩에서는 이제 경제·사회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인구적인 면에서도 홍콩인이 ‘멸종’될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제기될 정도다.

더구나 그 이주민들은 홍콩의 가치(인권·법치·자유·민주)와 언어(광둥어와 번체자)에 ‘충성’하지 않는다.

중국의 ‘관여’는 홍콩을 점점 중국에 ‘의존’하게 만들고 있다. 독립을 외치는 청년들이 한때 영웅처럼 여겨지기도 했지만, 현실적으로 독립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홍콩인들도 잘 알고 있다.

앞으로 홍콩은 어떻게 될 것인가. 중국 정부가 홍콩인에게 바라는 ‘마음의 반환’ 그리고 ‘애국하는 국민’의 탄생은 과연 가능할까? 여전히 ‘일국양제’라는 역사적 실험은 현재진행형이다.

20년이 지나서야 서로의 동상이몽을 확인했을 뿐, 아직 답을 찾은 것은 아니다. 중국은 홍콩에게 어떠한 ‘독자적 권리’도 없으니 착각하지 말라고 못을 박는다.

중국에 대한 홍콩인들의 반발 속에는 자결·독립·건국 등 여러 가지 목소리가 담겨 있다.

그러나 존 창에 대한 높은 지지율은 현실적으로 반중이 어렵다는 홍콩인의 인식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모든 면에서 중국과 불가분의 관계로 변해버린 홍콩에서, 홍콩인들이 지켜낼 수 있는 ‘홍콩적 가치’란 무엇인가.

그 답은 이미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 만들어내야 한다. 이것이 홍콩의 과제다.

중국에게도 홍콩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과제로 남아 있다. 끊임없이 중국과 다르다고 주장하는 이 조그만 도시를 ‘흡수’하지 않으면서 ‘공존’하는 방법이란 무엇일까?

‘중국식’ 애국이 아니라 ‘비판적’ 애국을 하겠다는 홍콩인들. 조국에 대해 두려움과 무력감을 갖고 있는 이들을 어떻게 다루며 새로운 ‘중국’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인가.

20년 동안 조금도 더 가벼워지지 않은, 중국이 직면한 숙제다.

홍콩의 50여개 단체(정당 포함) 연합조직인 민간인권전선(民間人權陣線)의 2017년 반환 기념일 항의행진 포스터. [사진=장정아 인천대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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