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최소 10회∼최대 49회’ 북방정책을 펼친 노태우 전 대통령부터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재임 기간 총 해외 순방 횟수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러시아·중국 등과 수교를 맺은 노태우 전 대통령 10회를 시작으로, 고(故) 김영삼(YS) 대통령 14회, 고 김대중(DJ) 대통령 23회, 고 노무현 전 대통령 27회, 이명박(MB) 전 대통령 49회, 박 전 대통령 26회를 각각 기록했다.
◆MB 49회 순방 최대…文대통령 해외 데뷔전
특히 첫 해외 순방의 효과는 크다. 대통령의 ‘해외 무대 데뷔전’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큰 셈이다.
실제 취임 직후 40∼50%대에 그쳤던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60%를 돌파한 시점은 출범 이후 첫 한·중 정상회담을 끝낸 2013년 7월 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의 7월 첫째 주 정례조사(7월1∼3일 조사·4일 공표)에서 박 전 대통령은 63%를 기록, 당시 기준 최고 지지율을 기록했다. 부정평가는 16%로 가장 낮았다. 박 전 대통령의 외치 효과는 이후 2016년 초 이란 방문 때까지 지속했다.
이는 다자 간 외교 시대에 양국 간 정상회담 등이 지닌 정치적 의미와 무관치 않다. 세계사적으로도 각국의 정치 최고 지도자의 회담은 난제를 정면 돌파하는 중요한 무기였다.
2차 세계대전 종결 과정을 합의한 처칠과 루스벨트, 스탈린의 ‘얄타회담’(1945년)이나, 미·소 간 데탕트(긴장 완화)를 끌어낸 ‘모스크바 회담’, 미·중 관계의 분수령이었던 ‘닉슨과 마오쩌둥’의 정상회담(이상 1972년), 소련 핵무기 감축 등을 이뤄낸 고르바초프와 레이건의 ‘제네바 회담’(1985년) 등이 대표적이다.
초읽기에 들어간 한·미 정상회담이 남북 관계 돌파의 마중물로 작용한다면, 하락세로 전환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
◆文대통령 지지율 하락세…외치로 내치 돌파 기회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 19∼23일까지 조사해 이날 발표(이상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1.4%포인트 하락한 74.2%였다. 2주 연속 하락한 문 대통령은 ‘리얼미터’ 조사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1기 내각 인선을 둘러싼 논란이 발목을 잡은 셈이다. 외치(한미 정상회담)로 내치(인사 난맥상)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이날 통화에서 “한·미 정상회담은 ‘예고된 성공’으로 예상할 수 있다”며 “정상회담 이후 대통령 지지율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다만 갈 길은 멀다. 한·미 정상회담 의제도 산적한 상황이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추가 배치를 비롯해 북핵·미사일 대응 해법,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은 물론, 북한 인권문제 등 민감한 사안이 다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외 순방의 암도 넘어야 할 산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임기 초보다 임기 중·후반 때 해외 순방에 몰입했다.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에 빠지자, 외치를 통해 시선 분산을 꾀하려는 유혹에 쉽게 넘어갔다.
하지만 ‘묻지마 식’ 지지를 하는 임기 초와는 달리, 임기 말에는 해외 순방 자체보다는 외교적 성과 평가에 치중한다. 문 대통령이 ‘짜인 각본’이라고 비판받는 해외 순방을 ‘내치 면피용’으로 활용한다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전 평론가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추세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과 협치 등에서 나타난 실망감이 반영된 것”이라며 “이는 해외 순방과 관계없이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 하루빨리 ‘협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대국회 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