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여행사를 운영하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이다,
길에는 지리적 의미의 길과 추상적이고 인생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그래서 약간은 낭만적이고 때로는 고달픈 길이 있다. 학창시절 프로스트의 ‘The Road Not Taken’을 접하면서 어렴풋이 이를 알아차린 뒤 나이가 들수록 더욱 실감하고 있다.
길과 길이 만나면 마을이 되고 삶의 나이테가 겹겹이 쌓인 전설이 됐다.
대학 때 경영학을 전공해 자연스럽게 최초 직업 선택의 길은 금융기관에서 시작됐다. 이후 15년여 그 길을 걷다가 우연한 기회에 여행사를 인수해 새로운 삶의 길을 시작했다.
여행사를 운영하면서 항상 머릿속에 머무르는 길에 대한 개념은 짧고 단순하지만 강력한 한 단어로 결론지어진다. 하늘길 ,바닷길 육상의 길, 항상 이 물리적인 범주를 떠나서는 어떠한 여정도 시작할 수 없으니 말이다.
빛 바랜 여행수첩 속, 그리고 휴대전화 속의 사진들은 그저 보이는 것일 뿐 감동과 경외 등으로 채워져 있는 내 마음속의 길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의 종합선물세트다.
몽환적인 자연과 색다른 삶의 현장, 몸으로 다가오는 낯선 기후와 향기들은 어느덧 다른 길 위에 서 있는 나를 깨닫게 하고, 삶의 하나가 또 채워져 있음을 느끼게 된다. 길 떠나는 여행자(journey man)의 특권이다.
물론 여정 중에 맞닥뜨렸던 아찔한 기억과 힘든 경험 또한 길 위에서 치러야 하는 통과의례라 생각한다면 이 또한 즐거움으로 나의 맘속에 묻어둘 수 있다. 지나고 나면 여정상에서 나 혼자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라서 이 자체가 행복할 수밖에 없다. 아무나 겪을 수 없는 일, 그리고 아무나 해결할 수 없는 일을 해결하였다는 나 자신의 소중함이 나를 지탱해주고 여행 동반자와의 기억의 공유폴더가 생겼음을 즐거워한다.
자그마한 여행사를 운영하면서 겪는 많은 어려운 길과 즐거운 길이 함께하는 교차로에 오늘도 서 있다. 가보지 않은 길, 그러나 가야만 하는 길, 위험과 환희가 섞여 있을 것 같은 길, 그 인생의 길을 피할 수없다면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또다시 새로운 인생의 길, 새로운 날을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마저 된다. 오늘도 나는 고객들과 통화하며 ‘이분들과 함께 새롭고 경쾌한 만남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