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 아시아 기업이 유독 여성 임원 비중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여성 임원 비율이 소폭 늘었으나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13일 글로벌 컨설팅·금융 자문업체 딜로이트 LLP(Deloitte LLP)가 64개국 7000여개 기업을 조사한 보고서를 보면 아시아 기업의 이사급 이상 임원 중 여성 비율이 7.8%에 불과하다. 이는 중남미 기업(7.2%)를 소폭 웃도는 수치다. 유럽의 여성 임원 비율이 22.6%로 가장 높았다.
아시아개발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여성 임원 비율이 적정하게 구성되면 수익적 성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사회가 다양하게 구성될수록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입증됐으나 아시아 기업 임원들은 대부분 남성으로 치우쳐 있다.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대만 등 아시아 선진국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지난해 아시아 11개국(한국, 인도, 인도네시아, 대만, 말레이시아, 필리핀, 중국, 태국, 싱가포르, 일본, 홍콩)에서 여성 임원 증가율이 가장 낮은 곳이 우리나라다.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여성 임원 증가율이 4%를 훌쩍 넘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1%도 안된다. 대만·말레이시아·필리핀 등에서 여성 임원 증가율이 3%대 초반, 중국과 대만이 2%대를 기록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매출액 상위 10대 기업 중 절반은 여성 임원이 1명도 없다. 한국전력에선 15명 임원 중 여성 임원은 전무하고 현대차그룹에서도 기아자동차와 현대모비스에선 여성 임원이 없다. 한화와 현대중공업도 여성 임원 비율이 0%다.
아시아에서 여성 임원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베트남(17.6%)이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여성 임원 비중이 각각 13.7%, 10.2%를 차지했다. 싱가포르의 최대 이동통신사 싱텔(SingTel)의 경우 최고경영자(CEO)가 여성이며 임원 3분의 1도 여성이다.
아시아 주요 기업 중 여성이 CEO인 기업은 싱텔을 비롯해 홍콩의 항셍은행, 중국의 거리그룹(Gree Electric Appliances), 인도공업신용대출투자은행(ICICI), 인도의 주택개발금융(Housing Development Finance) 등이다. 이중 거리그룹의 여성 임원 비율은 38%로 가장 높고 항셍은행과 ICICI은행도 각각 24%, 15%로 높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