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장은영 수습기자 = 문재인 정부의 내각 구성이 암초를 만났다.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및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여야 신경전은 한층 거세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국회의장 주재의 원내대표 정례회동도 거부하면서 강경태세를 이어가고 있다. 보수야당의 반대 속에,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도 '부적격'을 외치고 있다.
◆ 강경화·김상조·김이수 청문보고서 채택 무산··· 한국당, 의장 주재 4당 원내대표 회동 불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와 정무위원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열고 세 후보자의 인사청문 심사결과 보고서 채택을 논의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이로써 김이수·김상조 후보자는 국회 차원의 청문보고서 채택 시한을 넘기게 됐다. 국회에서 남은 카드는 정세균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으로 본회의에 회부하는 안이 있지만, 야당의 반발이 거세 가능성이 높지 않다.
이날 정무위는 한국당의 불참으로 오후 전체회의조차 열리지 못했다. 인사청문특위 역시 간사협의가 예정돼 있었지만 여야 입장차로 불발됐다. 외통위는 강 후보자 보고서 채택 시한(14일)을 이틀 앞둔 이날 간사회의를 진행했지만, 야3당이 한목소리로 '부적격'을 주장하며 전체회의 소집에 반대해 끝내 무산됐다.
상임위 협의에 앞서 이날 진행됐던 정 의장과 원내교섭단체 4당 원내대표 간 회동에서도 이 같은 기류는 일찌감치 감지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매주 월요일마다 정례화한 이 회동에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대표 권한대행)는 지난주에 이어 또다시 불참했다.
시작은 이낙연 국무총리 인준에 대한 반대가 이유였다. 이러한 입장은 강경화·김상조 후보자 등 잇따른 내각 후보자들에 대한 비판과 함께 한층 강경해졌다. 이날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대표 권한대행)까지 나서 회동 직전 정 원내대표를 만나 설득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제1야당인 한국당의 입장은 한결같다. 강경화 후보자를 비롯해 김상조·김이수 후보자까지 모두 도덕성과 자질 면에서 임명에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흠결 없는 사람이 없다'는 변명은 널리 대탕평인사를 하지 않고 내 사람만은 찾기 때문에 빚어지는 것"이라며 "국회인사청문회 결과 부적격으로 판정난 김이수·김상조·강경화 후보자 3인에 대해 아무 조치도 없이 국회와 야당을 설득하려는 것은 일방적 쇼(SHOW)통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과 함께 인사청문회 정국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국회를 찾은 문 대통령의 '정면 돌파'를 비판한 대목이다.
정 원내대표는 "진정한 협치와 소통, 야당 설득을 위해 대통령이 직접 국회로 온다면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대통령이 먼저 이분들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 '캐스팅보트' 쥔 국민의당 고심··· '야당' 선명성 VS '호남' 여론
보수야당에서 맥을 같이하는 바른정당 역시 이들 3인에 대한 '부적격' 입장을 꾸준히 제시하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의원전체회의'를 열고 "대통령은 탕평인사를 몇 차례 강조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코드 인사 진영 인사야 말로 우리 정치가 청산해야 할 적폐 중의 적폐"라고 비난했다.
이 총리 인준 당시 극적으로 당론을 '찬성'으로 정해 총리 임명동의안 통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국민의당도 이번만큼은 '반대' 쪽에 섰다. 야당으로서의 견제에 무게를 실어 '선명성'을 부각시키자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부적격 인사를 무조건 통과시켜주면 인사원칙이 무너지고 정치가 혼란에 빠지게 된다"면서 "외교공백을 막기 위해서라도 지명을 철회하고 새로운 외교장관 후보자를 속히 내정, 청문요청을 해 달라"고 요구했다.
보수야당의 입장이 명확한 상황에서 이들 인사청문회 정국이 해소되는 방법은 결국 문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하고 다른 후보자를 내세우거나, 국민의당이 또다시 '대승적' 판단으로 찬성을 하거나 둘 중 하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이날 국회를 직접 찾은 것은 추경 외에도 사실상 '강 후보자' 임명에 대한 협조를 구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공은 야당에 돌아간 모양새다.
야당의 태도변화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청문회 정국이 장기화되면 문 대통령도 부담이지만 국회 역시 새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 여론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은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은 만큼 여론을 살펴야 하는 처지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보고서를 채택하고 표결로 말하면 된다"고 발언한 부분이나, 정동영 의원이 강 후보자에 대해 긍정적 방침을 보이는 등 호남 중진들 사이에서는 당과 다른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