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코바야시 카오루 "'심야식당2'의 주인공은 마스터 아닌 손님"

2017-06-1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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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째 '심야식당'을 지키고 있는 일본 배우 코바야시 카오루[사진=머리꽃 제공]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하루가 저물고, 모두가 귀가할 무렵에야 나의 하루가 시작된다.”

어느덧 9년. 일본 신주쿠의 한 골목에 위치한 작은 식당과 마스터, 단골손님들이 대중들과 알아온 시간이다.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영업을 하는 이 식당은 무슨 음식이든 주문이 들어오면 만들어주는 마스터와 각자 아픈 사연을 음식으로 치유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지난 8일 개봉한 영화 ‘심야식당2’는 동명의 원작만화를 영상화시키는데 크게 기여한 원조 제작진 마츠오카 조지 감독과 배우들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심야식당’의 상징 격인 배우 코바야시 카오루(66)는 이번 작품에서도 마스터 역을 맡았다.

긴 시간 대중들과 쌓아온 이야기 및 정서는 이번 작품에서도 큰 힘을 발휘한다. 짧게 스치듯 등장하는 얼굴들에서 관객들은 많은 서사를 느낄 수 있고 그 중심에는 코바야시 카오루가 있다. ‘심야식당2’ 개봉을 앞두고 내한한 그와 작품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9년째 '심야식당'을 지키고 있는 일본 배우 코바야시 카오루[사진=머리꽃 제공]


어느새 9년째다. ‘심야식당’의 상징이 되었는데 부담을 느낄 수도 있겠다
- 아직 부담을 느끼지는 않는다. 5년 정도 더 하면 생길지도 모르겠다. 하하하. 사실 9년째라고는 하지만 사이사이에 공백이 있었다. 시즌 마다 쉬는 기간도 있었기 때문에 내내 달린다는 느낌은 받지 않았다.

이번 영화에도 세 가지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그중 가장 애착을 가지는 에피소드가 있나?
- 한국 와서 여러 인터뷰를 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하지만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는 거의 마찬가지다. 다만 영화를 보면 첫 번째 에피소드가 가장 짧고, 세 번째가 가장 기니까 감정이 흐르기 좋은 건 마지막 에피소드인 것 같다. 현장에서 연기하면서 더 애착이 가고, 덜 가는 건 없었다.

1편에서는 마스터 시점의 에피소드가 나오고 관점이 많이 녹아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비중이 줄어든 느낌이다
- 듣고 보니 그렇다. 1편에는 마스터의 방이 나오기도 하고 야채를 사오기도 하고, 빨래를 널어놓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생각을 더듬어 보니 ‘적어졌나?’ 싶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전작에서 너무 많이 보여준 것 같기도 하다.

코바야시 카오루에게 의미 있는 음식, ‘힐링 음식’은 무엇인가?
- 누구든지 있겠지만 저는 어머니의 손맛이 느껴지는 음식이다. 나이를 먹어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다. 아무것도 아닌데 훅 떠오르며 ‘아, 맞아 이거였어!’ 하는 느낌으로 올 때가 있다. 엄마의 손맛이라는 게 흔하게 있고, 누구나 다 만드는 음식 아닌가. 우리 어머니만 특별히 만드는 별미가 아니다. 다만 내가 기억하는 엄마의 손맛을 의미 있게 여기는 거다. 단순히 음식이 아니라 그것을 접할 때 내 안에 있는 시간이나 기억에서 오는 거로 생각한다. 음식을 먹을 때 분명히 떠오르기도 하고 어머니의 손등, 음식을 만드는 뒷모습 등이 뒤엉키며 만들어진다. 마치 옛날 음반을 꺼내 듣는 것과 같다.

9년째 '심야식당'을 지키고 있는 일본 배우 코바야시 카오루[사진=영화 '심야식당2' 스틸컷]


이번 작품에서 마스터를 관통하는 키워드 혹은 중점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부분이 있나?
-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생각지 않고 연기하려고 노력한다. 감독님을 비롯해 스태프들, 배우들이 서로 도우며 마스터라는 인물을 만들어온 게 아닌가 싶다. ‘이런 식으로 연기해야지’가 아니라 그걸 넘어서 주변인물로 인해 완성되는 것 같다. 또 한 가지는 내가 ‘방해되는 존재가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다. 누군가가 말한 것처럼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마스터가 아니라 찾아오는 이들이다. 마스터는 참견하기보다 듣는 역할, 들어주는 역할이다. 거울 같은 존재인 셈이다. 그걸 보고 있는 사람에게 전해주는 메신저이거나 바통을 건네주는 사람이다.

앞으로 마스터를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
- 원작에는 마스터가 나이를 먹지 않지만,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나이를 먹는다. 코바야시 카오루가 나이를 먹기 때문이다. 보는 이들이 ‘코바야시도 나이를 먹네’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겠나.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일본에 스키야바시 지로라는 초밥 장인이 계시는데 그분은 현재 90세다. 그 나이가 되도록 카운터에 서기도 한다. 하하하. 마스터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다음 시리즈에 대한 기대 혹은 끌고 나갈 방향에 대해 말해달라
- 기대하셔도 곤란하다. 하하하. 변화가 있긴 있을 거다. ‘야, 하나도 안 변했잖아!’라고 우겨도 확실히 변할 수밖에 없다. 변한 모습은 변한 모습대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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