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인사이트-윤주, 시대의 완장과 염치

2017-06-1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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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윤주]

시대의 완장과 염치
윤주 지역전문가 · 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장


염치(廉恥)란 게 있다.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다. 이는 또한 얼굴과 눈이라는 뜻으로 체면을 가리키는 말인 면목(面目)과 의미를 같이 쓰고 있다. 요즘 언론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볼라치면, 그나마 고개 숙이며 면목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체면도 부끄러움도 내던진 염치없는 인사들이 있다. 이런 부류는 오히려 고래고래 소리치며 억울하다 악을 쓰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그런 인사를 향해 “염병(染病)하네!”라고 일갈을 날렸던 분에게 우리는 많은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이러한 통쾌함과 카타르시스를 건네는 것을 예술 문화계에서는 풍자나 해학으로 표현한다. 그중 대표적인 해학으로 윤흥길 작가의 소설 <완장>을 들 수 있다.

“눈에 뵈는 완장은 기중 벨볼일 없는 하빠리들이나 차는 게여!
진짜배기 완장은 눈에 뵈지도 않어!
자기는 지서장이나 면장, 군수가 완장 차는 꼴 봤어?
완장 차고 댕기는 사장님이나 교수님 봤어?
권력 중에서도 아무 실속없이 넘들이 흘린 뿌시레시나 줏어먹는
핫질 중에 핫질이 바로 완장인 게여!
진수성찬은 말짱 다 뒷전에 숨어서 눈에 뵈지도 않는 완장들 차지란 말여!”

윤흥길 작가가 1983년에 발표한 소설 <완장>의 대사가 2017년에도 마음에 들어와 꽂힌다. 아마도 각 문장을 읽을 때마다 국정농단 사건과 청문회 등을 비롯해 우리 주변의 결코 반갑지 않은 이들이 연상되었기 때문이리라. 이와 같이 시대를 막론하고 작가는 그들이 살고 있는 시대를 우리에게 익숙한 언어로 표현하고 모두가 공감할만한 이야기를 풀어내주곤 하였다.
문학을 비롯한 여러 문화예술 작품들은 때로는 해학이나 풍자를 통해서, 때로는 다른 표현이나 파격을 통해서 개인에게는 즐거움과 교훈 그리고 감동을 전해주는 도구가 되었고, 사회에는 시대를 투영하는 거울이자 시대를 외치는 고함이 되어 왔다.
 한편에서 예술계의 블랙리스트나 지역감정, 보수와 진보의 편가르기식 분열을 조장하였지만 시대의 바른 정신과 용기는 굴복하지 않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움직였다. 오늘 우리는 희망의 불빛을 밝힌 국민들의 염원 있었기에 지금의 세월을 맞게 된 것이다.

새 정부 들어 각종 인사가 잇따르고 있다. '완장'을 차게 되는 새 정부 고위직 인사들은 국민들의 간절한 염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 완장을 내려놓는 그날까지 어깨를 무겁게 하는 한편 온 힘을 다해 따스한 마음으로 사명을 다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완장을 찬 자, 그들이 진정 행복하기를 바란다. 다시는 염치와 면목이 없다며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그리고, 작가들이 만들어내는 상상의 세상에서만 염치없는 사람들에게 소리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전북 익산 만경강가 춘포문학마당에 가면 윤흥길 작가의 '완장문학비'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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