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냐 대치냐’…文대통령 헌정 사상 첫 추경 연설에 담긴 다목적 포석

2017-06-1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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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 사진은 지난달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소공원에서 열린 '국민들과 함께하는 개표방송'에 참석하는 모습.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위한 국회 시정연설에 나선다. 높은 국민적 지지를 업고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인 기울어진 국회 운동장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빨간불이 켜진 1기 내각 출범의 꼬인 실타래를 직접 풀겠다는 얘기다.

현직 대통령이 정기국회 때 제출되는 본예산 시정연설이 아닌 특정 예산안 편성을 위해 시정연설을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문 대통령의 추경 시정연설도 헌정 사상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본예산 시정연설을 제외한 추경 편성 시정연설을 국무총리 대독으로 갈음했다.
문 대통령의 추경 시정연설에는 추경과 정부조직법 국회 본회의 통과는 물론, 야권이 낙마 1순위로 지목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의 명분 쌓기 등이 깔린 다목적 포석이다. 하지만 야권은 원내투쟁도 불사하겠다며 강경 투쟁을 예고, 문 대통령의 승부수가 통할지는 미지수다.

◆文대통령 추경 시정연설, 87년 이후 최단기간

11일 국회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추경 시정연설은 취임 34일째 만이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역대 대통령 취임 뒤 가장 이른 시일 내 행하는 시정연설로, 문 대통령 취임 후 첫 시정연설이기도 하다. 

표면적 이유는 11조2000억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 편성의 시급성 때문이다. 이는 ‘문재인식 행정명령’인 업무지시 1호였다. 후보 시절 내내 역설한 일자리 추경 편성안이 여소야대의 벽에 부딪혀 무산된다면 국정동력은 일시에 꺼질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추경 시정연설에서 우리 사회의 고용 절벽 등을 언급하며 ‘좋은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 성장론’ 등을 위한 정부 역할론으로 야당에 협조를 구할 예정이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에 대한 우려도 직접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제30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서 언급한 ‘경제 민주주의’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언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까지는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일단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난항 중인 인사정국을 직접 언급할지 관심사다. 강 후보자 등의 실명을 언급하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은 만큼, 시정연설 전 국회의장 등과의 회동에서 야당 지도부에 협조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위한 국회 시정연설에 나선다. 높은 국민적 지지를 업고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인 기울어진 국회 운동장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빨간불이 켜진 1기 내각 출범의 꼬인 실타래를 직접 풀겠다는 얘기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사진=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여론 업고 빅딜 없이 임명 가능성↑··· 野 강경태세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전략에는 ‘강경화 포기는 없다’가 내포돼 있다. 정부여당 내부에서도 “임명을 철회할 거면 지금까지 끌었겠느냐”라며 드라이브에 힘을 싣는다.

‘문제 해결사’를 자처하는 문 대통령의 대야 설득 행보는 80% 안팎에 달하는 문 대통령의 고공행진 지지율이 한몫한다.

다수의 국민이 ‘허니문’ 기간 문 대통령에 대한 절대적 지지를 보내는 만큼, 임명을 강행하더라도 범야권이 ‘국정 발목 잡는 세력’ 프레임에 갇힐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더구나 강 후보자 등은 국회 인준 대상도 아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추경 시정연설은 국민 여론으로 정국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라며 “강 후보자 임명을 포기하면, 이후 국방부 장관 등 현 정부의 주요 요직 등이 모두 덫에 빠지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변수는 야권의 강경 기조다. 한국당은 이날 ‘강경화·김상조·김이수’ 후보자를 직접 지목하며 “청와대가 부적격 후보자를 일방적으로 임명한다면, 향후 급랭 정국의 모든 책임은 대통령과 민주당에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정부조직법 개편을 고리로 ‘대여투쟁 진지전’을 형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국회법에 따르면 이견이 있는 안건은 상임위원 재적의원 3분의1 이상의 요청으로 90일간 안건조정위원회를 거친다. 3개월간 지연 전략을 쓸 수 있는 셈이다. 다만 국민의당이 민주당에 협조할 경우 막을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없다는 점은 고민거리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은 “추경안 밀어붙이기의 방편이 돼선 안 된다”면서도 내부적으로 빅딜을 놓고 고심 중이다. 애초 지난 9일 예정된 ‘김상조·김이수’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는 12일로 연기됐다. 강 후보자와의 빅딜 가능성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배 본부장은 “현재 야권은 지지율 10% 미만으로, 문 대통령으로선 국민 여론을 업고 가는 것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며 “어차피 한국당과 꼬인 관계는 임기 내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왼쪽)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접견실을 찾은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와 환담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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